Q. 얼마 전에 30평대 집에서 15평 정도로 집을 줄여 이사했습니다. 여러 사정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 아이들도 남편도 조금은 답답해하는 느낌입니다. 제 고민은 다른 데 있습니다. 10년 살림을 줄여 이사해야 해서 짐을 최소화해야 했습니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짐 때문에 집이 더 작게 느껴집니다. 정리 수납 관련한 책을 소개해주세요.

 

A.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10년 살림이라니 규모가 생각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리 수납 관련한 책을 20권 넘게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정리 수납 책은 똑같은 말로 시작합니다. ‘버려라!’ 그리고 그 다음 장에는 버리는 기준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입니다. 여백이 많은 집은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합니다. 그렇다보니 미니멀리스트들은 최소의 것만 구입해서 인테리어 아닌 인테리어를 합니다. 내려놓고 욕심이 없는 삶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삶이 미니멀 라이프입니다.

정리 수납 책을 추천해드리기 전에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마인드가 담긴 책 한 권을 우선 추천해볼까 합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미국인 남자와 결혼해서 사는 비 존슨의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입니다.

이 책은 실용서입니다. 마인드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생활 비법이 담겨 있습니다. 부제도 ‘생활은 가벼워지고 삶은 건강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저자는 단순하게 살기 위한 다섯 가지 단계를 알려줍니다. 쓰레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기(Refuse)=>필요하며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이기(Reduce)=> 소비하면서 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기(Reuse)=>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을 재활용하기(Recycle)=> 나머지는 썩히기(Rot)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단계 중에 유의해서 읽어야 하는 부분은 거절하기 입니다. 누구의 선물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거부라는 말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일단 ‘집에 들어온 물건은 절대로 쓰레기통에 넣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힘든 단계가 5단계인 썩히기 입니다. 집에서 음식 쓰레기를 썩힌다니. 못할 짓입니다. 서울에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양평에 삽니다. 비 존슨은 음식 쓰레기를 썩히기 위해 지렁이를 키웁니다. 혹 양평에서는 가능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안 사면 안 버립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텔레비전 채널을 30번만 돌려도 10번은 홈쇼핑 채널입니다. 맛있는 것을 보면 침을 흘리는 것처럼 머리속에서는 “저건 사야해!!” 소리가 윙윙 댑니다. 설마설마 하고 있을 때 쇼호스트의 말은 우리가 그 제품을 사야할 이유를 백 가지 넘게 말해줍니다.

저자 비 존슨은 돈 잘 버는 남편 때문에 풍족한 삶을 삽니다. 그 풍족함이 결국 집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고민녀님처럼 집을 반으로 줄여서 이사하면서 말입니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집을 줄이고 생활비를 줄여야 합니다. 이 상황은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와 생명을 위한 또 하나의 긍정적 삶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쓰레기를 줄이는 삶입니다. 긍정은 거창한 지구 라이프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찾아옵니다.

그녀는 작은 집에서 더 즐겁고 행복한 ‘가족의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저도 다는 설득되지 않습니다. 포장된 물건을 사다가 먹고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릴 때 환경을 보호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아예 플라스틱 용기 제품을 사지 않는 게 진짜 생태적인 삶을 사는 방법입니다. 미니멀 라이프는 곧 지구를 생각하는 삶입니다. 이제 조금 더 설득력이 생겼나요? 그래도 불편하게 살기 싫은 분들에게 그녀의 말을 전합니다.

“쓰레기 제로의 미래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지 계획하고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우리 어른들은 선택을 내려야 한다. 아이들에게 상속 재산을 남길지,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지식과 기술을 남길지.”

썩은 바다와 죽음의 땅 혹은 푸른 해초가 있는 맑은 바다와 꽃이 핀 너른 들판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 일단 사지 말고 집에 있는 것을 다 써보는 노력은 한 주에 한 번 가는 마트를 한 달에 한 번 가고, 배고픈 아니 고기 고픈 아이들에게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주는 부모님의 노력으로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이 기대해보겠습니다. 지렁이를 키우면서 말이죠. 이주의 책은 비 존슨의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입니다.

 

더 많은 책 소개를 보시려면 카카오스토리에서 ‘북티셰의 북클럽’을 검색하세요. 무슨 책을 봐야 할 지 고민이 들 때 booktissier@daum.net으로 질문해주세요. 15년 차 북큐레이터 북티셰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