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선생님이 교편을 놓을 모양이야.”

얼마 전 지인이 명예 퇴직하는 선생님의 안부를 전하면서 나에게 한 말이다.

‘교편.’ 참 오랜만에 들은 말이다. 예전에는 많이 쓰이던 말인데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아마 교편이란 말이 품은 뜻 때문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봤다. 교(敎)는 가르침을, 편(鞭)은 채찍이나 회초리를 뜻한다. 즉, 교편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가 사용했던 매를 지칭하는 말이다.

‘교편을 잡다’는 교사의 직업을 갖는다는 의미로, ‘교편을 놓다’는 교직을 그만둔다는 뜻으로 넓게 사용됐다. 교직을 상징하는 단어로 ‘교편’이 자리 잡은 것을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매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필수 도구였던 것 같다. 교직을 상징하는 단어가 사랑이나 관심, 열정, 헌신, 소통이 아닌 회초리라는 점에 불편해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더군다나 ‘편’(鞭)은 원래 고문이나 형벌을 가할 때 사용했던 가죽으로 만든 채찍을 뜻하는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최근 학생과 배움 중심의 교육철학은 교사와 학생의 동등한 관계와 소통을 강조한다. 교편은 이런 흐름에 적합하지 않다. 민주주의나 인권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교편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이런 이유로 강압과 체벌을 상징하는 교편이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전적 의미에 매달리지 말고 비유적 표현으로 볼 수 있는데 너무 별스럽게 군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칫 교편이라는 말이 교사의 체벌과 반인권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될까 두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말이 사회와 교육에 미치는 힘은 화선지에 먹물 번지듯이 그렇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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