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행안부 감사에서 처음 드러나

4. 채용비리․납품비리, 전면적 감사로 실체 밝혀야

양평공사 설립 때부터 문제가 된 고위 공직자․지역유지 자녀 및 친인척 채용비리 문제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채용비리는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8월 행정안전부는 양평공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당시 행안부는 감사에서 채용비리와 납품비리 등을 밝혀냈다. 우선 채용비리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공사는 2017년 2월 두 명의 본부장을 공개 채용했다. 1차 공고에서 전략기획본부장에 2명, 시설관리본부장에 1명이 신청했다. 규정상 복수 지원자를 받기 위해 시설본부장만 추가모집 공고를 해야 했는데 공사는 전략본부장까지 추가공고를 냈다. 추가공고에서 전략본부장에 6명이 더 신청을 했고, 최종 선발은 기존 2명이 아닌 추가 6명 중에서 나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퇴직공무원 출신 2명이 본부장으로 선발된 것이다.

또 다른 채용비리는 최근 공사가 사법당국에 고발한 B 전 공사 이사와 관련된 내용이다. B씨는 지난 2016년 직원 공개채용 당시 자신의 조카가 지원했음에도 인사위원회에 참여했고, 공사 측은 인사규정 상 불법임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했다. B씨는 결국 자기 조카의 면접을 직접 보고 당시 지원자 8명 중 최고점수를 줬다.

황순창 양평공사 사장이 지난 2018년 2월 14일 양평군청 브리핑룸에서양평공사·친환경농업인 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정당과 시민단체의 양평공사 특별감사 요구에 대응한 기자회견에 친환경농업인단체를 앞세운 것을 두고 세를 과시한 정치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위에 언급한 사항은 이미 행안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또 다른 채용비리 의혹이 공사노조에 의해 제기됐다. 여기에 관련된 자는 바로 문제의 J씨다.

공사노조에 따르면 2012년 환경사업 위탁을 시작한 뒤 2013년 추가 인원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J씨는 환경 관련 자격증이 없는 인원 4~5명을 채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관련 직원으로부터 증언을 확보했다. 당시 채용된 직원들은 입사 뒤 환경팀이 아닌 경영지원 관련 내근팀으로 배치돼 의아했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것”이라며 “이들은 아직도 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자 조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야 할 내용이다.

2017년 행안부 감사에서는 납품비리 내용도 지적됐다. 앞서 채용비리와 관련된 B씨가 당사자다.

공사는 지난 2017년 1월~2017년12월 1년 간 B씨 회사와 소모품 납품계약을 체결했는데 금액은 5081만원 규모였다. 하지만 공사는 1월 납품검사도 하지 않은 채 납품한 물건들을 창고에 입고시킨 후 계약금 전액을 B씨 회사로 입금했다. 행안부가 감사를 진행한 2018년 8월 확인한 결과 계약량의 약 절반 정도의 물건만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공사 이사이자, 김선교 전 군수 선거캠프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다. 선거 후에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았다.

공사 직원들은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 외에도 더 많은 납품비리나 수의계약 비리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5. 뽕잎차 TV CF를 만든 이유는

양평군민들 중 ‘내 몸엔 뽕잎차’라는 제품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양평군은 군납사기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2012년 4월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인기 개그맨 김준현씨를 주인공으로 하는 TV 홍보물 촬영을 진행했다. 군은 개그맨과 함께 홍보물을 촬영할 양평군민 선발대회를 여는 등 이 사업에 열을 올렸다.

양평공사가 2012년 출시한 ‘내 몸엔 뽕잎차’ CF 출연자 공개오디션 포스터. 양평공사의 무모한 사업 추진의 대표적 사례다.

2012년 6월 故 정욱 전 사장이 영동축협 돼지고기 납품계약을 맺을 시기 양평군은 CF 공중파 송출과 함께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 사업의 실상은 참담했다. 2년간 총매출액이 2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것이 군납사기사건으로 정신이 없었던 양평공사가 이 사업을 챙길 여유는 없었다. 제품은 출시됐지만 당시 양평․용문․서종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만 판매됐고, 그 외의 하나로마트나 일반 상가에는 공급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롯데, 해태를 비롯한 국․내외 대기업들의 치열한 판매경쟁이 이뤄지는 음료시장에 지자체가 뛰어든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한 대기업이 같은 해 7월 뽕잎차를 출시했다.

양평군은 왜 이런 어이없는 일을 벌였을까? 정말 양평공사가 이 사업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한숨만 나올 일이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다른 의혹을 제기한다. 당시 양평공사의 군납사기사건을 덮기 위한 공작이라는 것이다.

한 공사 관계자는 “당시 정 전 사장은 군납사건 미수금 해결을 위해 아무 정신이 없었고, 직원들도 음료시장 개척이라는 뜬금없는 업무에 모두 당황했다. 군납사기사건을 덮으려는 시도라는 말을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누구에 의해서 이 사업이 추진됐고, 공사에 사업을 맡긴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히 하고 이 사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6. 국비까지 유용한 양평공사

2011년 발생한 군납사기사건은 결국 정부가 지원한 국비까지 유용하기에 이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사건을 비밀리에 무마하려던 시도가 영동축협 사태를 불러 일으켰고,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군은 국비까지 유용했다는 것이다.

‘광역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이라는 명칭의 이 사업은 전국 유일의 친환경농업특구인 양평의 친환경농업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해준 사업으로, 총 94억원(정부 37억원, 경기도 11억원, 군비 28억원, 자부담 17억원 등) 규모였다.

이 사건의 중심에도 앞서 등장했던 J씨가 핵심 인물이다. 당시 공사 총괄본부장이었던 J는 공사직원들과 군에서 보내준 지원금을 목적사업이 아닌 군납사건으로 발생한 손실을 메우는데 사용하자는 내용의 회의를 했다. 이때 진행한 회의의 기록은 현재 공사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J씨도 이 부분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는 지난 2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장 운영자금이 한 푼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

당시 이 사업을 담당한 친환경농업과의 문제도 심각하다. 공사가 이 사업을 유용한 것을 알고도 다음 해 추가자금을 또 지원했다.

2012년 12월 본지의 보도로 세상에 공개된 이 유용사건은 결국 경기도 감사가 진행됐다. 감사 결과 총 유용금액은 모두 66억원 규모였다. 이 자금은 2011년 군납사건 당시 군납을 위한 물품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군은 이 사건을 재판이 진행 중인 군납사기사건과 연계돼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했고, 아직도 비공개하고 있다.

당시 누구의 지시로 자금을 유용했는지, 이 사건과 연계된 공직자들은 어떤 책임을 졌는지 명확히 따져야 한다.

7. 공사 이사회도 책임 물어야

지방공기업 양평공사가 수년간 비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군청은 물론 군의회와 공사 이사회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지방공기업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클린아이에서 제공하고 있는 양평공사 2012년 이사회 명단을 보면 故 정욱 사장 외에 공직자인 당연직 이사로 기획실장, 친환경농업과장, 박명숙 전 의원(당시 퇴직공무원이자 청소년지원센터장), 조카 채용비리 및 납품비리 B씨, 임아무씨 등 5명이었다. 그 이후로도 구성원 일부가 바뀌지만 기본적으로 당연직 공무원 2~3명, 김선교 전 군수 지지자 2~3명 등 5~7명으로 꾸려졌다. 김 전 군수의 입김이 그대로 전달되는 이사회였다는 것이다.

이사회를 통해 공사의 사업 전반이 보고 및 결정된다고 하면, 결국 김 전 군수의 결정이 그대로 공사 경영에 반영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은 곧, 문제의 군납사건과 영동축협 사건 수습 모두에 김 전 군수가 관여했다는 의미다. 더구나 2012년 10월부터 2014년 8월 김영식 3대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파견공무원이 총괄본부장을 맡고, 사장대행으로 파견을 나간 상황이었다.

결국 공사의 모든 책임의 끝은 김 전 군수에게 있었다.

(편집자주 : 적폐 내용 정리 중 양평공사 회계감사 ‘한정’과 관련된 내용은 제외했다. 이 부분은 현재 양평군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감사가 진행중이다. 다음 달 중 관련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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