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파견으로 비밀리 수습 추진했지만
영동축협 사건으로 더 큰 수렁에 빠져

2. 군납사건 한방에 무너진 양평공사

11년 양평공사의 가장 큰 타격은 2011년 발생한 군납사기사건이다. 2010년 12월 취임한 故 정 욱 2대 사장은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고 부채비율이 1만%가 넘어가던 공사를 살리기 위해 취임 4개월만인 2011년 4월 친환경농산물 납품과는 무관한 군부대 공산품 납품을 추진했다.

2011년 4월~8월 4개월 동안 260억원어치의 물품을 제공했는데, 받은 돈은 130억원, 미수금이 132억원이었다.

역대 양평공사 사장들. 왼쪽부터 김경재 초대사장, 2대 故 정욱 사장, 3대 김영식 사장, 4대 황순창 사장.

2011년 당시 양평군의회 회의 자료를 찾아보면 6대 군의회도 이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단순히 거래상 미수금이 발생한 정도라 판단했는데, 군과 공사 측에서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정 전 사장은 “금방 받을 수 있다. 별 문제 아니다”라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당시에는 이 문제보다 1만%를 넘는 공사의 부채비율이 더 큰 문제였다. 이에 양평군은 2011년 4월 군납사기사건이 시작될 시점에 69억원 상당의 현 공사 위치 토지를 현물출자할 것을 군의회에 요청했고, 6대 군의회는 이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승인해준다.

당시 의원들은 정 전 사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정 전 사장은 공직자 출신이자 농업회사법인을 통해 학교급식사업을 해온 유통전문가였기 때문이다. 또한 취임 4개월 만에 대형 군부대 납품 계약을 성사시키며 믿음을 줬다.

하지만 양평군은 2011년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위기를 감지한 듯하다. 132억원의 미수금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계속 시간은 흘렀고, 공무원을 파견하는 등 문제 수습에 적극 가담했다. 그러다 2012년 10월 옥천군 영동축협에서 돼지고기 납품대금 소송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여기서 드는 의혹은 당시 양평군은 파견 공무원을 통해 공사 업무 전반을 관리․감시하고 있었는데, 132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것을 왜 계속 방치했느냐다. 얼마 없는 당시 관련 기록들을 살펴보면 2011년 하반기 양평공사 이사회에서 기업 간 거래방식을 B2B(Business to Business,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상거래)로 전환한 것 외에 별다른 대응을 찾아볼 수 없다.

공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당시 정 전 사장은 상대 거래처 대표인 배아무씨를 쫓아다니며 미수금 회수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그러다 정 전 사장은 배씨와 다시 하나의 거래를 더 했는데 이것이 바로 문제의 영동축협 사태다.

당시 군이 이 사태에 빠르게 개입해 배씨 등을 사기혐의로 고소하고 사태수습에 나섰다면 영동축협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이 왜 이 사건을 방치했는지를 당시 파견 공무원, 당연직 이사(당시 친환경농업과장, 기획실장 등), 김선교 전 군수에게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군납사기사건의 실체에 대한 재수사도 필요해 보인다. 최근 공사는 옛 자료 중 상당히 의아한 자료 하나를 발견했다. 그 내용은 2010년 3월 정 전 사장 가족 소유의 아파트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해 대출을 받았는데, 그 채무자는 바로 이아무씨였다. 이씨는 이전부터 학교급식사업을 해온 유통전문가로 정 전 사장과도 무척 친한 사이였다. 공사 직원들에 따르면 정 전 사장 첫 출근 시 이씨가 함께 와 소개를 했다고 한다. 이씨는 유통사업단 시절부터 거래를 해온 사람이었다.

또한, 이씨는 군납사기사건의 주범인 배씨를 정 전 사장에게 소개했고, 군납 관련 중간유통업자로 수수료만 12억원을 받은 사람이다.

위의 사실들을 다시 정리하면 이씨와 정 전 사장은 은행에 담보를 제공해 줄 정도로 예전부터 친분이 두터웠거나 양자 간 채무관계가 있었다. 정 전 사장은 취임 후 4개월 만에 260억원 규모의 군납을 진행했다. 이 업자를 소개한 사람은 이씨였다.

이들 삼자가 사전에 모의를 했거나, 이들 중 적어도 두 사람은 모의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만한 여지가 있다.

지난 2012년 11월 양평공사 직원들이 군납사기사건과 관련해 대군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3. 영동축협사태, 누구 책임인가

영동축협 관련 법원 판결문과 공사 직원 등의 증언을 요약하면 영동축협 사건의 실체는 이렇다.

132억원의 미수금을 받지 못했던 정 전 사장은 계속 배씨에게 현금이 없다면 담보물건이라도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배씨는 정 전 사장에게 한 차례 더 납품을 해주면 토지를 담보로 넘기겠다고 했다. 이에 정 전 사장은 2012년 6월 경 영동축협과 돼지고기납품 계약을 체결해 이를 배씨에게 넘겼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정 전 사장은 2012년 6월~8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영동축협에 돼지고기 납품을 요구했고, 그때마다 배씨는 김포시, 고양시, 가평군 등의 토지를 순차적으로 담보로 제공했다.

양평군은 당시 정 전 사장이 이런 계약을 진행한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 군은 기존 파견 공무원을 당시 유통팀장인 J로 교체했다. 양평공사 문제의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J가 맡은 임무는 공사사태 뒷수습이었다.

J가 공사로 파견된 시기는 2012년 7월 초였다. 그는 그 이전부터 유통팀장으로 근무하면서 공사를 전담하고 있었다. 그런 J가 이 거래 사실을 몰랐을까? 정 전 사장이 배씨로부터 토지 담보를 제공받아 왔는데, 왜 갑자기 토지를 제공했는지 파악해 봤다면 이를 모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J가 파견나간 이후인 2012년 7~8월에도 정 전 사장은 영동축협과 외상거래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배씨에게 토지를 담보로 제공받았다.

그러다 양평군과 공사는 정 전 사장을 2012년 10월 직위해제 및 고소하기에 이른다. 영동축협에서 돼지고기 납품대금 지급소송이 들어온 이후였다.

이 상황을 다시 합리적으로 가정해보자. 132억원 미수금을 받을 길이 막히자 정 전 사장은 배씨와 영동축협 등과 공모해 가짜 계약을 맺어 48억원을 다시 배씨에게 건네고, 그 대가로 토지를 담보로 제공받는다.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군도 정 전 사장의 이런 행위를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 일단 132억원의 손실은 메워야 하고, 정 전 사장이 책임을 지고 그 일을 하겠다고 하니 눈을 감은 것이다.

그러다 영동축협에서 소송을 제기하니, 이때서야 정 전 사장에게 책임을 덮어 씌웠다. 그리고 정 전 사장은 압박과 배신감 등을 이기지 못하고 검찰조사를 앞둔 2012년 11월23일 자택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앞서 기술한 내용은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양평군과 J는 정 전 사장이 영동축협 계약을 독단적으로 진행했고,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전 사장의 죽음으로 이 사건의 내막은 밝혀지기 어렵게 됐지만, 사실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영동축협이 돼지고기를 납품했다는 거래확인서에 사인을 했던 당시 직원 P씨다.

법원이 영동축협 승소를 내린 판결의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는 당시 구매담당 직원 P씨의 사인이 기록된 거래확인서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양평공사가 배씨에게 토지를 담보로 받았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P는 정 전 사장이 사장실로 불러 거래확인서에 사인을 하도록 지시했고, 이를 거부하지 못해 시키는 대로 따랐다. P씨는 이 문제로 결국 퇴사처리됐다.

그런데 P씨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공사에 청과류를 납품하는 납품업자로 다시 등장한다. 연 거래량은 4000만원 수준에서 1억원 규모까지 늘었다.

공사 관계자 일부는 이 부분을 두고 J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P가 회사로부터 영동축협 문제로 퇴직을 종용받고 있을 당시 공사노조를 찾아와 이 문제와 관련해 J에 대한 제보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날 입장을 바꿔 그냥 퇴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후 알아보니 J와 P가 따로 만나 얘기를 나눈 뒤 입장의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회사에 큰 피해를 끼치는데 일조를 한 직원을 납품업자로 받아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비록 그가 자의가 아닌 사장의 지시였다고 해도, 이를 거부하고 군에 알렸다면 막대한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만약 그가 군에 이 사실을 알리는 등 책임을 다했음에도 퇴사처리가 됐다고 가정을 한다면, P의 납품업자로의 변신이 쉽게 이해가 간다.

영동축협 사건과 관련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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