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진 서종어린이집 원장

어린이집에 근무하며 자존감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15년 인천어린이집에서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생을 때린 일명 '김치사건' 시절이었다. 그때는 보육교사라고 말하기가 정말 부끄러웠고, 어린이집에서 일한다고는 했으나 어떤 일을 하는지 말하지 않았다. 모든 보육교사들이 충격에 빠졌고, 나와 같이 행동한 교사들이 많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어린이집 식단에는 항상 김치나 깍두기가 나왔는데 김치를 안 먹는 아이들에게는 “한번 만 맛을 봐~ 김치가 면역력에 좋대”라며 식생활 지도를 해줬는데 김치사건 이후에는 교육의 모든 것이 흔들려 버렸다. 아이들이 먹기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먹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맛을 느껴보게 하는 활동마저 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냥 먹고 싶은 것만 먹게 두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자유롭게 먹도록 했는데, 아이들이 맨밥만 먹거나 고기만 먹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편식은 점점 심해졌고, 이는 어린이집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가정의 고민이기도 했다.

교사로 재직하며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는 텀(term)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먹게 하며 삼시 세끼의 시간을 놓치는 경우다.

하루 종일 간식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한 것이다. 배가 고프면 아이들은 먹게 돼 있다. 간식을 주더라도 배부르게 주면 다음 식사에 지장을 주니 적당히 과일류나 간단한 간식류로 주는 것이 좋다. 밥을 먹으면 고르게 반찬을 먹어야 하고, 이런 과정에서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5대 영양소를 얻는다.

두 번째로 가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먹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밥을 먹이는 것에 급급한 부모는 아이들이 밥을 먹는 양에 집중하지 아이가 어떻게 먹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도 먹여주면 잘 먹는데 혼자서는 집중하지 못하고 숟가락을 물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이런 경우 상담해 보면 밥을 너무 안 먹다 보니 따라다니면서 먹여주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밥을 먹는 능력은 기본 생활습관 중의 하나이다. 아이가 흘리더라도 많은 양을 먹지 않더라도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식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이유식의 순서를 무시한 경우이다.

아이들의 미각은 예민하기 때문에 미각의 발달 순서에 맞춰 이유식을 제공해야 하는데 아이가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계를 뛰어 넘고 바로 밥을 먹이거나, 어른이 먹는 음식들, 단 음식, 조미가 강한 음식들을 24개월 이전에 먹인 경우에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려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네 번째로는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밥 속에 몰래 새로운 음식들을 숨겨서 먹이는 것이다.

이 방법은 개인적으로는 가장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다. 아이들의 입은 생존과 관련 있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하다. 신뢰가 형성돼 있지 않은 사람과는 양치를 잘 하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이 맛보지도 못한 새로운 음식의 맛을 보게 되는 경우, 밥을 주는 사람과의 신뢰가 무너지고 그 사람이 주는 밥은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이 골고루 먹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흥미를 갖고 먹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바른 식습관을 위해서는 가정과 유아 보‧교육기관의 긴밀한 협력과 연계가 필요하다. 식습관을 고쳐야하겠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은 어린이집, 유치원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식습관 개선을 위해 적정한 선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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