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최근 12살짜리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은 부모가 징역형을 받았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그 가정의 속사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매우 안타까운 뉴스였다. 부모가 아이를 학대한 정황이 없으며 직접 학습을 시켰다 하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게는 자식을 교육시킬 의무가 법적으로는 있다지만 아이를 학대한 것이 아니라면 정부가 나서 사법처리까지 해야 하나 의문이다.

아이를 적게 낳는 시대이다 보니 양육에 대한 부모의 정성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부모들은 자식들이 가장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학교폭력, 왕따, 학업 뒤처짐 등 자극적인 뉴스에 접하다 보니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까 걱정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일부 부모 중에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내가 직접 집에서 공부시키면 안 될까?’ 등 다른 궁리를 하는 이들도 꽤 있다. 동료교수 중에는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는 경우를 본다. 어떤 이는 아이가 학교 교육에 적응을 못한다고 외국의 국제학교를 보낸 이도 있고, 심지어 국내에 있는 국제대안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있다. 무조건 유난스럽다 비난할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이제 우리도 가정 내 교육, 즉 홈스쿨링(Home Schooling)을 하나의 교육대안으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이미 홈스쿨링은 미국은 물론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합법이고, 허용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아시아도 이스라엘, 인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합법이며 아프리카 국가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필자 가족은 미국 시애틀에서 살았다. 그 곳에서 아이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들 친구 중에는 흥미로운 아이들이 있었다. 바로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이었다. “아니 홈스쿨링을 하는 애들이 왜 너희 학교 수업에 들어오는 거니?” 궁금해서 물으니 주로 음악이나 미술, 체육 같은 수업에 들어온다 했다. 이런 과목은 집에서 부모님이 가르치기가 어려워서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남의 학교에서 어떻게 수업을 듣지? 이게 합법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등등 여러 궁금증이 들었다. 그래서 잘 아는 미국 학부형한테 물어보니 답은 매우 간단했다. ‘집 가까운 곳에 있는 학교에서 허락받아 수업을 듣고 학점 받고 상급학교 진학할 때 제출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미국도 홈스쿨은 1993년까지는 불법이었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주가 이를 허용하고 있다. 미 교육부에 의하면 2018년 현재, 약 250만명의 학생이 홈스쿨링을 하고, 입학시험에서 고교졸업장을 요구하지 않은 대학도 늘고 있다한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대안학교들이 있지만, 또 하나의 대안으로 홈스쿨을 허용을 고려하면 어떨까? 단 필요한 제도적 뒷받침은 필요하다. 즉, 홈스쿨을 통해 가정 내 학습권을 인정해 주고, 학업능력 검증 과정을 만들어 학점과 졸업자격을 부여하며, 취업이나 진학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학교 이외에 교육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유일한 제도가 검정고시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교육은 반드시 학교에서 받아야만 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릴 때가 됐다. 학부형과 아이들의 생각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학부형들의 교육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있고, 어느 곳에서든 접근이 가능한 풍족한 교육콘텐츠가 인터넷사이트에 널려 있다. 학교시스템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대안교육을 허용하고, 부족한 부분은 공공교육으로 메워줄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양평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시골의 자연 속에서 자녀들을 키우고자 양평으로 이주한 가정들이 많이 있다. 이들 중에는 홈스쿨링에 관심을 가진 부모도 여럿 있을 것이다. 이 홈스쿨링 도입에 양평이 앞장서는 날을 꿈꿔 본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