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스트롯’이라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해 홀대받았던 트로트에 대한 지지와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경쟁과 감동이 한몫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연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여기서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찬반이 아닌 ‘미스’라는 말에 담긴 성차별적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사실 미스(Miss)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 앞에 붙는 호칭이나 지칭으로 결혼한 후의 여성 앞에 붙는 미시즈(Mrs)와 구별되는 단어다. 그런데 이 말은 매우 성차별적인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남성의 경우는 결혼의 전과 후를 구분해 별도의 호칭을 두지 않고 모두 미스터(Mr)라 부르기 때문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영어식 표현에도 남성중심의 단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인류(mankind), 인간(human), 심지어 여성(woman)이란 말까지 남성(man)에서 파생된 단어다. 남성이 ‘man’인 것에 비해 여성이 ‘woman’인 것은 여성이 남성에서 파생되어 나온 ‘다른 존재’임을 의미한다.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은 지금의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세상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여성이 움(wom)이고 남성이 맨움(manwom)이다. 즉, 남성은 여성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존재임을 의미한다. 남성중심 표현인 man과 woman에 대한 비판과 빗댐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의 결혼 여부와는 관계없이 부르는 호칭인 ‘미즈’(Ms)의 등장을 이해할 수 있다. 잠시 ‘미스트롯’이 아닌 ‘미즈트롯’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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