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입니다. 집들이 준비를 하느라 요리책을 샀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레시피도 출력하고 둘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결국 전화로 주문을 했습니다. 손님들이 오기 전에 겨우 도착해서 위기는 넘겼습니다. 책이 문제인지… 혹시 괜찮은 요리책 없을까요?

 

A. 후배 중에 연애가 잘 안풀린다고 사랑관련 책을 열심히 찾아 읽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한 마디씩 했습니다. “사랑이 책으로 되냐?” 정답입니다. 연애는 책으로 안됩니다. 사랑은 마인드 mind의 문제이지 매뉴얼 manual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 마음은 기술이나 방법으로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요리는 어떨까요? 사람들은 매뉴얼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리는 레시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요리는 책보면 다 나와!” 정말 그럴까요?

백종원이 집밥 레시피를 알려주면서 만능 간장, 만능 고추장 같은 레시피를 유행시켰던 때가 있었습니다. 악플은 아닌데도 댓글에는 그 맛이 안난다고 맛이 없다는 글이 꼭 달렸습니다. 계량도 정확하게 하고 불 조절도 했는데 맛이 없다고 느꼈으니 참 이해가 안되는 일입니다. 요리는 과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레시피를 정확히 지키면 맛은 보장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만나는 요리책은 별로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백주부의 계량은 저울의 여러 무게를 없앤 종이컵을 썼으니 과학하고는 아예 거리가 멉니다. 부정확한 말들이 가득합니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사람은 과학자도, 영양학자도 아닙니다. 소설가 줄리언 반스입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책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에서 용기있는(?) 발언을 합니다.

“간단한 단어부터 문제다. 한 ‘덩어리(lump)’는 얼마만큼이지? 한 ‘모금(slug)’ 또는 한 ‘덩이(gout)’는 얼마만큼이지? 언제를 이슬비라고 하고 또 언제를 그냥 비라고 하느냐 하는 문제와 다를 게 없다. ‘컵(cup)’이라는 말은 편리한 대로 대충 쓸 수 있는 용어인가 아니면 정확한 미국식 계량 단위인가? 포도주 잔은 크기가 다양한데 왜 단순히 ‘포도주 한 잔’ 만큼이라고 하지? 잠시 잼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두 손을 합쳐 최대한 덜어낼 수 있을 만큼의 딸기를 넣으시오”라는 리처드 올니의 레시피는 어떤가? 정말들 이러긴가? 고 올니 선생의 저작관리인에게 편지를 써서 그의 손이 얼마나 컸는지 물어보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어린이가 잼을 만들려면 어떡하란 거지? 서커스단의 거인은 어떻게 하지?”

요리책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줄리언 반스의 지적이 얼마나 사이다 발언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중불로 10분간 익혀라!’ 중불이 실제 어떤 건지 아는 분 계신가요? 아마 다 다르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 요리는 과학이 아니라 경험 쪽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편집자 출신 소설가 줄리언 반스는 요리책을 백 권 넘게 구매해서 책에서 시키는 대로 요리를 만들어 봅니다. 그냥 책들은 아닙니다. 스타 셰프의 책에서 빅토리아 시대 요리책까지. 그리고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왜 요리책은 수술 지침서처럼 정밀하지 않을까? (내심 불안하지만 수술 지침서는 실로 정밀하리라는 가정하에 하는 말이다. 어쩌면 요리책 같은 수술 지침서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마 이렇지 않을까. ‘관을 통해 마취약을 소량 대충 집어넣는다. 환자의 살을 한 토막 잘라낸다. 피가 흐르는 것을 본다. 친구들과 맥주를 마신다. 구멍을 꿰맨다…….’)”

이 즈음되면 질문하신 분의 요리 실력보다 구매한 요리책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줄리언 반스는 따라하기 딱 좋은 요리책은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정리합니다. 만약 줄리언 반스가 요리책을 쓴다면 우리의 문제를 다 해결해줄까요? 분명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또 하나의 과학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줄리언 반스처럼 까칠해질 것입니다.

“나도 알아, 레시피란 모두 근사치라는 걸. 훌륭한 요리사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요리하겠지. 그밖에 이런저런 걸 나도 이론적으로는 다 안다고. 하지만…… 젠장, 이 레시피는 엉망이야!” 반스는 까칠합니다. 하지만 반스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질문하신 분의 요리책은 모든 요리책처럼 근사치일뿐입니다. 어차피 요리책이 맞는지 틀리는지 여러 번 요리를 해보고 노하우를 찾으셔야 합니다. 모든 매뉴얼을 만나게 될 때 직접 따라 해봐야 한다는 교훈은 부록입니다. 우리가 운전 교본대로 운전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맨부커상에서 유럽 대부분 국가의 문학상과 명예훈장을 받은 생존하는 최고의 소설가, 줄리언 반스의 실전 요리 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입니다. 요리 마인드에서 배우는 인생 마인드, 그의 소소한 삶과 부엌 스토리를 만나보세요. 참고로 아주 까칠합니다. 그래서 아주 재밌습니다. ‘젠장! 젠장!’이 책 곳곳에 박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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