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발생하는 권력층과 연예인의 성폭력 문제로 그동안 숨겨져 왔던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다. 사실 그동안 권력층과 관련된 사건은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신문과 방송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도하고 있고 수사 당국도 엄중하게 처리할 것으로 보여 일면 다행이기도 하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참에 어두운 면을 다 밝혀내고 다시는 성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성폭력과 관련된 언론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000 성접대 사건’라는 말은 문제가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성접대는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 권력이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에게 성적 향응을 제공하는 일’이라 나온다.

여기서 접대는 일반적으로 ‘손님을 맞이해 음식 등을 차려 모시거나 시중을 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그러나 ‘성접대’는 성을 상품으로 대상화하는 용어이며 중대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접대’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 손님을 정성껏 맞이한다는 의미 때문에 성폭력이라는 범죄 행위를 명확하게 나타내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부정적이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문제에 긍정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나 왜곡의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

특히 이 단어는 뇌물을 주거나 부조리한 일을 획책하는 성폭력 가해자(피의자나 범죄자)의 입장에서 서술된 표현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크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사건은 성접대가 아닌 명백한 성폭력의 문제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관점)에 의해 그 문제의 프레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성접대라는 표현은 가해자의 시선이 반영된 프레임을 형성해 자칫 피해자의 시선이나 입장이 축소되고 진실이 가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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