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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구원

Q. 봄이 와서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더 정신이 없습니다. 자기 전에 하루를 떠올려 보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철학자는 아니지만 왜 사는지, 난 누구인지 이런 질문이 막 생겨나는 때네요. 이럴 때 볼만한 책 없을까요?

A. 저도 압니다. 그럴 때 있습니다. 갑자기 인생의 의미가 없어질 때가 가끔씩 찾아옵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마음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내 일상이나 주변 생활이 문제일 수 있지만 보통 이런 때는 마음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마음을 구성하는 것은 감정, 감각, 욕망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을 구원하고 의미 없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우리 감정이나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 우리의 욕망을 새롭게 벼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방법은 일상에서 약간 여유를 두고 주변을 느끼는 방법입니다. 바로 ‘감각’을 살리는 일입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감각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서 삶에 새로운 활력을 넣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방법을 알려준 사람은 미학자 김용석입니다. 그는 신간 <사소한 것들의 구원>을 통해서 일상을 감각하는 것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의 말을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감각은 하나의 대상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를 뽑아낼 수 있는 가능성의 통로입니다. 감각이 제공하는 정보들은 사유의 밑거름입니다. 하나의 작은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애쓴 흔적들은 삶의 다른 여러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삶이 흥미진진하고 세상이 아름다워집니다. 깨달음은 미적 환희를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미당 서정주 시의 ‘국화 옆에서’를 보면 누나와 국화라는 일상의 감각적 체험을 나이 먹는 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나이가 먹어서 읽게 되면 뭔가 아련한 찌꺼기가 마음에 남습니다. 아마 깨달음이 미적 체험을 하게 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이런 예술적 체험처럼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것들 속에서 ‘환희’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길가의 봄꽃을 보며 친구들과의 꽃놀이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다른 것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시도 그림도 음악도 창작할 수 없지만 감각을 열어서 우리도 예술적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김용석이 감각하는 꽃은 탄생과 소멸이 공존하는 대상입니다.

“탄생과 소멸을 동시에 품고 있는 듯한 꽃의 삶은 그 자체로 존재의 모순을 담고 있습니다. 거역하고 싶지만 거역할 수 없는 한계, 그 모순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가 안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람에 날리는 꽃잎들의 화려함은 비극적입니다. 비극의 미학은 우리에게 한계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줍니다.”

계속 새롭고 힘도 얻고 튼튼하게 피어나는 꽃이고 싶지만 꽃은 피는 순간부터 지기 시작합니다. 우리 삶도 그렇지요. 살아가는 순간은 죽어가는 순간이며 새롭게 시작하는 일은 끝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끝이나 죽음에서 생각하면 우리 인생은 허무에 지고 시작이나 탄생에서 생각하면 우리 일상은 환상에 갇히고 맙니다. 김용석이 보는 꽃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삶과 죽음의 모순입니다.

갤러리에서 만난 작품을 보고 딱 마음을 먹고 그림을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감각을 깨우는 일입니다. 꼬부라진 오이도 미적 체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습니다. 추하다고 느꼈던 것도 미의 영역으로 무리 없이 옮겨 올 수 있습니다. 길버트 체스터턴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관습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주술을 툭 끊어버리는 순간,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얼굴들이 온 사방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온 사방에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영혼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미에 대한 관습적 판단의 관점을 바꾸면, 길쭉길쭉 날씬한 오이보다 고부라진 오이를 초승달 같은 아름다움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언제나 불안하고 흔들립니다.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욕망은 너무 먼 곳을 보게 해서 일상을 하찮게 만들기도 합니다. 감각을 깨우면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를 했으며 옥스포드 대학교, 워싱턴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지냈던 저자 김용석은 어려운 미학을 일상의 감각을 통해서 우리의 일상에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조심성’, ‘걱정’, ‘생태’, ‘사랑’, ‘고독’ 등 여러 주제들을 감각적으로 검토해갑니다.

자기 감각을 부지런히 움직여 일상의 변화에서 새로움을 느낄 줄 알면, 차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 ‘삶의 신선도’가 높아진다는 그의 말. 사계절을 온통 생동하는 봄으로 만들 수 있는 인생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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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시민의소리  webmaster@yp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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