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문화회관 건립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꾸준히 있어 왔다.

물 맑고 공기 좋고 예술인들 많기로 유명한 양평에 살지만 정작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살기가 너무 어렵다는 게 주민들 불만이다. 공연 한 번 보려면 서울시나 하남시, 성남시 등 인근 지역으로 나가야 하는데, 저녁 공연은 오고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양평으로 이사하고 나서 공연예술 향유권은 아예 포기하고 산다는 말도 나온다.

올해 초 본지가 주최한 문회기획자 대담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었다. 한 문화기획자는 ‘2019 소극장특화산업’ 심의를 했는데 양평은 응모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며 문화회관시스템의 좌석배치 말고 그냥 강당식이라도, 조명과 음향이 갖춰진 극장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 연출자는 양평에 살고 있지만 시설을 갖춘 공연장이 없어 공모사업에 선정돼도 양평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공연해야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얼마 전에는 한 주민이 신문사로 군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보내왔는데, 그 중에도 문화회관 건립 문제는 빠지지 않았다. 관현악 합주 또는 뮤지컬 및 대형가수 콘서트 등 수준 높은 공연도 일반인 관객이 주를 이루는 공연문화가 정착된 현실에서 양평군민회관에서 열리는 소소한 공연으로는 주민들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그의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10만여 인구의 지자체 재정 규모로는 전용 아트홀 건립과 운영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걱정하며 인근 여주시와 협업으로 중간지점에 지어 공동운영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군민들이 걱정할 만큼 양평군에 문화회관 건립이 영 불가능한 일일까? 양평군, 여주시 등 도내 6개 시‧군이 지난 21일 경기도 제2차 지역균형발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는데, 이 지원을 활용한다면 그리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닐 듯싶다.

지역균형발전 지원은 경기도가 도내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균형발전을 촉진하는데 목적을 둔 기금으로, 문화․체육시설 및 도로 인프라 등 지역주민들의 복지 수요에 맞는 기반을 조성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에 집중 투자된다.

양평군은 지난 2015~2019년 1차 지역균형발전 대상으로 선정돼 5년간 300억원을 받아 강상IC(중부내륙고속도로), 용문산자연휴양림 확충, 전통시장 활성화, 양강섬기반조성 사업과 도로확포장 및 농어촌생활용수 개발에 사용했다.

제2차 사업은 4월말까지 계획서를 제출해 심의를 진행하는데, 현재 양평군은 713억원을 들여 지은 물맑은양평종합운동장 인근 부지에 400억원을 들여 종합체육센터를 건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균형발전 사업의 목적이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면, 양평군이 도내 타 지역에 비해 격차가 나는 것이 체육시설일까? 아니면 문화시설일까? 군민들의 답은 이견 없이 명확할 것 같다.

또 하나, 문화회관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회관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 준비 없이 섣불리 회관을 추진하면 대관 업무 이외에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고, 결국 적자의 원인이 된다는 게 그 간의 예이다. 특히 양평의 박물관‧미술관, 문화원 등의 운영 사례를 보면 문화회관을 건립하는 것과 이를 운영할 주체인 문화재단을 만드는 일은 함께 고민할 문제다. 그리기 위해서는 양평군의 문화정책을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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