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엊그제인가? 집에 쌓여있는 종이박스를 내다버렸습니다. 한 번에 들고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3번이나 왔다 갔다 했네요. 그동안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을 얼마나 들락날락거렸는지. 카드결제일이 올 때마다 두려웠던 이유를 한 눈에 확인했습니다. 이거 방법이 없을까요?

 

A. 한때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소비국이었습니다. 백(가방) 하나는 좋은 게 있어야 한다는 말은 속담처럼 들렸습니다. 요즘은 자주 바뀌는 유행에 맞춰 옷을 계속 사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새로 짓는 집에는 연예인들처럼 ‘옷방’이 따로 있습니다. 지금은 버리는 옷을 해외에 수출하는 사업도 성장세에 있습니다. 명품과 유행 소비는 카드 결제일을 두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즐기고 살자는 ‘욜로’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습니다. 또 반대편에서는 무조건 아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어떤 게 맞을까요?

현대인에게 소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편입니다. 무엇을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어디에 사는지 그리고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는 자랑거리이고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의식주와 소비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는 책입니다. 마쓰우라 야타로가 쓴 ‘의식주 그리고 일에서 발견한 단단한 삶의 태도, 나만의 기본’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튀는 것은 목차입니다. 셔츠, 재킷, 청바지, 손목시계, 신발, 코트, 테이블과 의자, 밥그릇과 젓가락, 아침밥, 아로마오일, 스케줄과 수첩, 회의와 장소, 지갑과 카드 등.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소재를 통해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봅니다.

시계를 구입할 때는 중저가가 좋다고 하고 구두는 가능하면 비싼 수제구두를 사라고 합니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아무리 고가여도 손목시계는 일용품, 생활도구입니다. 어딘가에 부딪치거나 떨어뜨리고 우그러뜨리는 일들이 빈번합니다. ‘손상되면 큰일이다’라는 걱정 없이 대수롭지 않게 다룰 수 있는 것, 가슴 두근거리지 않고 평소에 노심초사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것. 이런 시계가 ‘그 사람에게 좋은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연령과 소득에 비춰 분수에 맞는 것들 중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시계를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망가질 텐데 명품보다는 어울리는 것을 고르라는 작가의 제안은 생각해볼만 합니다. 패션의 시작인 구두는 고르는 방법이 다릅니다.

“자신에게 딱 맞는 핸드메이드 신발을 고르는 것, 정성스레 손질하며 이따금 수선을 맡기기도 하는 등 오랫동안 소중하게 여기며 신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무책임하게 신발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짧은 주기로 지나가버리는 유행 제품에 집착하는 버릇도 분명 자연히 개선되겠지요. 옷이나 패션 전반은 신발을 중심으로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좋은 신발을 신고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니까요.” 구두를 고르는 시간은 아주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유행보다는 수선해가며 오래 신을 수 있는 것으로 어떤 옷에도 어울릴 수 있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주 큰 부자도 아니고 사치품을 살 처지도 아니라는 작가 마쓰우라 야타로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얼마나 소중히 다룰 수 있는가. 일하는 자세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작은 일을 소홀히 여기고 대충 하는 사람이 중요한 업무를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통해 자신의 삶의 철학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의식주와 일, 인간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하찮게 생각하지 않고 각각의 이유를 만들고 원칙을 가지고 살라는 말입니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생각을 하면 여러 기회가 보이고 그때마다 ‘나만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선택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일상의 고민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주장하는 ‘나만의 기본’입니다.

‘택배 아저씨가 가져오는 박스의 양보다 사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어떤 박스인가?’입니다. 얼마나 소중하게 물건을 고르고 이용하는가. 나를 아끼는 출발선이기도 합니다. 마음 속에서 ‘딱 내 취향이야’라는 소리가 들릴 때, 세워둔 기준과 비교해보세요. 남들과 다른 ‘나의 삶’을 갖고 싶다면 카드 구매 목록을 살펴보세요. 오늘날의 가계부는 가격이나 금액보다 항목이나 요목 즉 무엇을 사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이 물건이 나를 얼마나 나답게 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은 그 품목에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일본 직장인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서점 주인이며 일본 구독률 1위 잡지, <생활의 수첩> 편집장 마쓰우라 야타로가 쓴 <나만의 기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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