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근무하다보니 신문이나 방송을 보더라도 교육이나 교육 관련 뉴스에 눈과 귀가 모아진다. 며칠 전 신문을 읽다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 제목이 있었다. ‘일반고 학기 시작했는데 우수학생 빼가는 자사고’라는 제목이다. 기사의 내용은 일부 자립형 사립고(자사고)가 학교운영과 학생 모집의 어려움 때문에 성적이 상위권에 해당하는 일반고 학생의 전‧편입학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해하면, 기사 제목의 ‘우수학생’은 성적이 상위권에 있는 학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든다. 성적이 좋은 일부 학생이 우수학생이면 나머지 학생은 열등학생인가? 안타깝게도 우리 현실은 오로지 성적이라는 수치를 기준으로 ‘우수하다’와 ‘우수하지 않다(열등하다)’로 구분하는 상황이다.

‘우수(優秀)’라는 말은 여러 사람들 중 매우 뛰어남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 탁월함의 영역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국어나 수학과 같은 교과 성적이 뛰어난 경우뿐 아니라 운동 능력이 빼어나거나 문화‧예술적 감각이나 인권 감수성이 풍부할 수 있고, 이웃과 공감하는 태도나 소통 능력이 월등할 수 있다. 이 모든 경우에 ‘우수’란 말은 적용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성적만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우수’의 기준인 것처럼 인식하는 세태와 관행은 가치의 다원성과 개별 존재의 소중함을 무시하는 처사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영역에서 나름대로의 장점과 힘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마치 성적이 유일한 기준인 것처럼 우수와 열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수’라는 말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말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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