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내려가요. 갈수록 어두워지는 주택시장 전망.’

어느 일간지의 기사 제목이다.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택 가격이 주춤하면서 집값이 하락하는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이다. 언제 또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계속되는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기사 제목이 묘하다. 주택시장을 전망하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현상을 ‘어두워지는’이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둡다’는 단어는 빛이 없어 밝지 않다는 의미다. 그 밖에도 느낌이 무겁고 침침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두워지는’ 역시 우울하거나 근심이 어린 상태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기자는 주택시장의 현재와 미래가 밝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은 지금까지 급등한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안정화되고 있다는 긍정적 판단이 적합하지 않을까?

주택시장은 주택의 매매나 임대가 이뤄지거나 시세가 결정되는 시장이다. 만약 주택을 장만하고자 하는 수요자의 입장이라면 지금의 상황을 어두워지는 주택시장이 아니라 밝아지는 주택시장이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시공간의 동일한 현상을 놓고도 정반대의 시선이 가능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현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의해 특정 관점이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 특히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고 시민의 사고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주의해서 말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글을 읽을 때는 어떤 시각이 깔려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판단해야 한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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