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노조, 용역보고서 백지화 요구

정당․사회단체들 “노동자 희생 요구한 용역 내용 부당”

정동균 군수 “공사 자체 혁신안 추진해 달라”

양평공사 경영혁신 용역보고서가 던진 파장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분위기다.

공사노조와 임직원들은 자체적으로 혁신기간을 갖겠다고 선언했고, 군청도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지역사회 또한 용역보고서의 문제를 지적하며 범군민 공사개혁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공사와 지역사회는 공사 혁신에 앞서 그간 공사 경영파탄의 원인과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규명 및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양평공사노조 조합원들이 경영혁신 용역보고서 백지화 등을 요구하며 지난 15일 공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뜬금없는 ‘임금 24% 삭감안’

지난 15일 열린 ‘양평공사 경영혁신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는 공사 전 직원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사전 공개된 보고서 내용에 직원 임금 24% 절감 및 5년간 동결, 인원 감축 등으로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이날 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보고회는 공사 직원들의 시위에 장소를 옮겨 군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정동균 군수, 이정우 군의회의장 등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공사 직원들이 ‘보고서 백지화’, ‘용역 책임자 처벌’, ‘임금삭감 부당’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대거 몰려와 보고회장은 긴장감이 커졌다.

이번 용역을 맡은 사단법인 한국미래산업연구원의 김철문 수석연구원은 보고에 앞서 “보고서 내용은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공사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는 향후 군청과 양평공사가 결정해야할 몫”이라며 “용역보고서의 내용 중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보고회장에 배포된 최종보고서 요약본(40페이지 분량)은 크게 ▲프로젝트 개요 ▲조직 및 인력재설계 ▲자립경영 혁신 방안 3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조직 및 인력재설계 부분에서 현행 공사의 기능중심 조직을 사업중심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1실 3본부 13팀을 1실 3부 9팀으로 조직을 간소화하고, 감사팀을 독립해 구성한다는 내용이다.

조직 정비로 공사 정원(209명) 대비 20명, 현원(199명) 대비 10명을 감축한 189명이 적정인원이라고 제시했다.

두 번째 자립경영 혁신방안 부분에서는 현 양평공사의 위기초래 원인을 ▲경영진의 부실경영 ▲임직원의 방만경영 ▲부채증가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감독 부족 ▲전문성 없는 위탁사업 확대 등으로 진단한 뒤 공사와 군청의 양자간 연대책임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제시된 자구혁신방안이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205억여원에 달하는 부채를 상환하는 방안으로 임금 24% 절감 및 상여금 미지급을 5년간 진행해 100억원을 자체적으로 갚고, 나머지 100억원을 군청이 책임져 5년 안에 부채를 모두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사의 부채비율은 200%로, 이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부채중점관리대상인 200%와 같은 수준이다. 이는 부채를 조금만 낮춰도 공사가 사업을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보고서는 5년 이내 부채를 제로로 만드는 방안을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혁신방안으로 제시하면서 직원들의 임금삭감과 인원감축을 제시한 것이다.

공사 직원들의 불만은 이 부분에 맞춰졌지만 보고서 내용의 더 큰 문제는 자체사업 효율화 방안에 있다.

1차 보고서에서는 친환경농산물 유통을 비롯해 청운 맑은숲 캠프, 오커빌리지, 용문산 자연휴양림 등의 위탁사업 즉, 수익사업의 전망이 낮고 지속적인 적자의 원인이라 정리해야 한다고 권했지만 최종보고서에는 반대 결과가 제시됐다. 어렵지만 모든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1차 중간보고와 내용이 달라진 것에 대해 “청운 맑은숲 캠프나 오커빌리지 등은 국도비 보조를 받은 곳이라 매각이 불가능하다. 민간위탁 또한 위험성이 커 공사가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중간보고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라 연구원의 해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수익성 제고 방안 또한 뻔한 내용들로 채워지면서 의혹만 가중시켰다.

김 연구원의 보고 후 공사 직원들은 불만을 제기하며 보고서 백지화를 요구했다. 한 직원은 “직원들은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 경영진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전형적인 악덕기업주의 수법”이라며 “재정자립도가 꼴찌 수준인 군청 공무원들이나 임금 삭감해 자립도를 높여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 “자체 혁신안 마련할 터”

양평공사노조 측은 지난 20일 보도 자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노조 측은 “양평공사는 그동안 양평군청의 수많은 간섭과 억압을 받아오며 일했다. 갑질만 하던 군청은 공사에 문제가 생기자 이제 와서 빠져나가고 모든 것이 양평공사의 잘못이라고 말한다”며 “이 모든 잘못의 근원지는 양평공사가 아닌 양평군청”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군청에 ▲조직진단 연구용역 내 결과물을 전면 백지화할 것 ▲양평공사가 자체적으로 내부혁신을 단행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할 것 ▲양평군청 내 조직진단 용역 총 책임자를 징계할 것 등을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매일 오전․오후 1시간30분간 군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본지와 만난 공사노조 관계자들은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그동안 부끄러워 가족들에게도 밝히지 못한 우리의 연봉수준이 최종보고회에서 공개됐다. 공기업 직원이 최저임금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며 “연봉을 24% 삭감하면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준이다. 많은 직원들이 이 보고서 내용에 분개하기도 하지만 부끄럽다는 얘기도 많이 한다. 한 마디로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을 뚫고 내려앉았다”고 한탄했다.

최영보 노조위원장은 “1차보고회와 지난달 28일 있었던 워크숍에서 부채상환이나 이를 위한 임금삭감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최종보고회에서 뜬금없이 튀어 나온 것”이라며 “이는 용역업체의 분석결과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 삽입된 내용이라고 추정된다. 1차 보고서에서 나온 파격적인 혁신방안은 모두 사라지고 임금삭감만 부각시킨 것이 전문가의 제안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사실 직원들은 이전부터 희생을 해오고 있다. 환경기초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2인1조 하루 3교대로 근무해야 하는데 한 사업장에 4명만 근무하며 버티고 있다. 종합운동장 직원들 또한 마찬가지”라며 “이런 내용을 용역업체 측도 알고 있었고, 현황조사 때에는 이런 상황이 노동법 위반이라며 직원을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종보고서는 반대 내용을 담았다. 이러니 누군가의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번 기회가 공사를 혁신할 좋은 기회로 만들겠다는 다짐도 했다.

최 위원장은 “혁신에 앞서 적폐청산이 먼저다. 공사의 위기를 누가, 어떻게 초래했는지 명확히 밝히고, 책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혁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자체 혁신단을 만들어 개혁을 해나가겠다. 함께할 분들과는 손을 잡을 것이고, 이것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간 참고 있었던 공사노조의 분노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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