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진 서종어린이집 원장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다보니 현재 양육을 하고 있는 친구들의 전화를 종종 받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일이니깐 선생님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 선생님과 한번 통화해보면 어때?”라고 대답을 해주지만 결국 담임선생님과 통화는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방면으로 열려있는 소통창구가 있는데 도대체 학부모님은 왜 선생님과의 소통을 어렵다고 호소할까요?

원활한 소통의 가장 기본은 ‘신뢰’입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소통이 있어야 편안하고 쉬우며 공감하게 됩니다. 저는 교사로서 특히, 어린이집 교사로서는 최악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희 이야기하는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목소리’를 갖고 있죠. 그래서 아이들과의 단순한 대화 시에도 목소리가 크니 아이들이 겁을 먹기도 했고, 훈육 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로 인해 선생님이 엄청나게 아이들을 혼내고 있다고 학부모로부터 오해를 많이 받았습니다.

초임 교사시절에는 그래서 학부모와의 신뢰를 쌓기가 어려웠고 유능한 교사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고민이 많던 저는 그때 다니던 어린이집의 원장님께 “학부모님들이 저를 너무 싫어하는 거 같아요. 학부모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원장님은 “학부모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마세요.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아이들에게 잘하면 학부모님들은 따라오게 돼있어요”라고 답해 주셨습니다.

그때 느꼈던 교사로서의 부끄러움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교사로서의 태도를 바꿨습니다. 학부모님들이 나를 오해할까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아이들과 많은 스킨십을 통해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했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놀이하고, 훈육을 하더라도 충분히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 이후 제 목소리 때문에 겁을 먹고 다가오지 못했던 아이들이 점차 웃는 얼굴로 안기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변하니 학부모님께서도 “잘못했으니깐 혼나지. 선생님이 괜히 혼내겠어~”하며 교사를 믿어주었습니다. 그리고 학부모가 훈육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늘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소통했습니다. “선생님 얘는 혼나도 어린이집 재미있데요”라며 아이들이 늘 즐겁게 등원을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신뢰를 바탕으로’는 학부모와 교사 간의 신뢰가 아닙니다. 사실 교사와 아동 간의 신뢰가 긍정적으로 형성되면 학부모님과의 신뢰는 그림자처럼 따라옵니다. 학부님도, 현장에 있는 교사들도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느낀다면 교사-아동간의 관계가 어떤지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단순히 교사가 바빠 보여서 소통하기 어렵다고 느끼시는 학부모임이 계시다면 문자나 알림장을 통해 면담이나 상담일자를 잡고 소통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소통했을 때 시원하게 무언가 얻는 게 없다면 선생님께 솔직하게 무엇이 걱정되는지, 어떻게 우리 자녀를 봐 주셔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요구해 주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같은 부모 입장으로서 한마디 더 드린다면 “우리 아이 무엇을 고쳐야 할까요?”라는 질문도 정말 필요한 질문이지만 “우리 아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도 꼭 필요한 질문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소통의 어려움은 학부모만 갖고 있는 고민이 아닙니다. 교사들도 학부모님과의 소통이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제가 경험한 바로는 학부모와의 소통이 어려운 교사는 아이의 장점보다는 아이의 단점으로 학부모와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단점만 이야기하는 교사를 좋아하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은 장점 역시 많이 갖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장점을 먼저 바라봐 줄 수 있는 교사가 된다면 학부모와의 소통 역시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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