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경기도의원/언론학자

뉴스, 어디서 읽고 보시나요?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는 말합니다. 뉴스이용자 10명 중 4명은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합니다. 또 10명 중 2.5명은 TV조선, JTBC, MBN과 같은 종합편성채널(종편) 뉴스에 의존합니다. 나머지 3.5명은 지상파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세상소식을 접합니다. 물론 포털에서 소비되는 뉴스는 기존의 신문사나 방송사, 인터넷언론사 등 다양한 뉴스 생산자들이 계약을 맺고 공급하는 뉴스라는 점에서 자체 생산 뉴스는 아니지만 대형 주류 언론사들의 뉴스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신문시장은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언론이 70%를 차지합니다. 신문 읽는 독자 10명 7명의 손에는 조선, 동아, 중앙일보 중 하나가 들려 있다는 말입니다. 나머지 3명의 눈에는 전국적으로 발행되는 수많은 유형의 일간지 중 하나가 들어옵니다. 한국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크고 센 놈에게 몰려드는 집중도가 큰 사회입니다. 언론시장집중도 또한 매우 크고 견고합니다.

이렇다 보니 지역언론에 대한 관심이나 소비는 거의 없습니다. 즉 지역민이 지역 언론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지역언론(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243개의 지자체가 있지만 지역민들은 전국적으로 발행되거나 방송되는 소수 주류 언론의 뉴스를 보고 읽습니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31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언론사와 이들의 뉴스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뉴스와 언론 더 나아가 SNS, YouTube 같은 여러 유형의 미디어를 전체적으로 놓고 본다면 언론시장의 집중도는 매우 큽니다.

언론도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런데 집중된 언론시장에 돈을 벌 수 있는 언론사는 많지 않습니다. 언론판의 몇몇 공룡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독과점하는 형국입니다. 공룡에게는 언론광고나 후원이 집중되고, 이 결과 몸집이 큰 공룡이 됩니다. 거대한 언론 공룡들이 노는 마당에 끼어들 수 있는 중소언론이나 지역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몸집이 큰 언론 공룡들에게 돈이 집중될 뿐만 아니라 여론 또한 집중됩니다. 언론시장을 독과점한 몇몇 언론사들이 선택하는 뉴스아이템, 논조와 보도프레임, 칼럼과 사설 등에 의해 시민들은 큰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뉴스를 읽고 본다고 느끼지만 오랜 시간동안 소수의 주류 미디어가 생산하는 뉴스에 의해 세상을 읽고 판단합니다. 이는 언론이 누구에게 편향적인 보도를 하는가 하는 지엽적인 문제 이상의 효과입니다.

게다가 언론판의 공룡 되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언론사가 벌이는 질 낮은 저널리즘 게임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압니다. ‘기레기’, ‘광고영업꾼’, ‘강도’라는 언론에 대한 혐오와 조롱의 단어가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다 좋은 사회로의 변화를 지향한다면 언론판의 변화 역시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정부나 권력, 자본에 의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시민들이 직접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합니다. 전국언론과 지역언론의 공존, 소수 거대 언론 공룡의 독식이 아닌 시민들의 곁에서 시민들을 직접 대변하는 다양한 중소규모 언론이 잘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여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더 알아야 하고 말해야 합니다. 지역정치와 행정영역을 더 날카롭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갈등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고, 해법을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대충이 아니라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아야 합니다. 지역에서도 더 다양한 시각과 관점, 주장과 담론들이 분출돼야 합니다. 실질적인 지역민주주의, 자치분권시대를 만들어 가는데 질 높은 지역언론의 존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경기도의회에서 ‘언론주권자배당제’를 제안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진정한 주인은 시민입니다. 시민들이 좋은 뉴스, 질 높은 지역언론인과 언론사를 키워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언론주권자배당제’를 소개하고 양평시민의소리 독자들의 생각을 듣는 기회를 가지고자 합니다. (다음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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