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보균 양평 3.1운동기념사업회 사무국장

1919년 양평에서 2만1천명의 군민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는 것은 이제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군민이 5만9천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또 7인가구로 나누면 모든 가구에서 참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양평의 참여인원은 다른 지역의 3배 정도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열기이자 시대인식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개군과 서종 정배리에서 태극기를 그리다 발각돼 형을 살기도 했다. 태극기를 그렸다는 것은 사전 논의를 전제로 한 것이고, 마을마다 지역별 담당자가 주민들과 함께 태극기를 그리도록 했다는 진술로 보아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다른 마을에서는 사전이든, 사후든 발각되지 않았을 뿐이지 역시 태극기를 준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태극기 사전 제작을 통해 주목되는 것은 조직력이다.

열기와 조직력은 연합시위에서 정점을 찍는다. 3월31일 강하면에서 시작된 야간시위는 4월1일 새벽시위로 양서면에서 2천명 규모로 확장됐고, 2일까지 이어져서 3일에는 강상‧강하‧양서‧옥천 4개 면민 4천명의 대규모 만세운동이 됐다. 서쪽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서서히 동쪽으로 이어졌고, 4월7일 양동에서는 단일대오로 3천명이 참여하고, 11일에는 곡수장터에서 역시 3천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3월 10일 서종면을 시작으로 청운, 단월, 용문, 강상, 양근, 강하, 양서, 옥천, 양동, 곡수(개군, 지평) 순으로 일어난 만세시위는 총25회로 양평군 전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특징을 갖는다.

검거 인원만 82명인 양평의 3.1만세운동은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지난 ‘2월 포럼’에서 박한용 박사는 몇 가지 새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먼저 3월10일 서종면 천주교도의 만세시위로, 천주교가 당시에 3.1만세 참여를 교단 내에서 금지하고 있었음에도 양평에서는 일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화서 이항로의 출생지이자 수많은 항일유림을 배출한 화서학파의 중심지로 사상적으로는 양립할 수 없는데 3.1운동에서 지역적으로 겹쳐있다는 점은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또한, 박 박사는 3월29일부터 4월3일까지 거의 일주일 내내 단일 군에서 만세시위가 일어난 점과 양평군 12개 읍면이 모두 3.1만세 발상지라는 점을 특징으로 들었다.

서종의 천주교도처럼 의병의 고장 양동 역시 시위의 주모자 및 참여자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단일 면단위로 3천명이 참여하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양동은 의병발상지인 만큼 유림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곳이다. 따라서 평민의 거사였던 3.1만세에 유림들의 참여했다면 당시 우리나라 유림들이 함께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양평만의 특징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양평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때 94명의 독립운동가 이름이 새겨진 만장퍼레이드가 있었다. 94명은 40명의 서훈자와 53명의 미서훈자, 1명의 무명씨를 의미한다. 여기서 미서훈자는 기록에는 있지만 서훈되지 않은 경우이고, 무명씨는 역시 사망자 기록에는 있지만 서훈되지 않은 10명 내지는 그 이상의 사망자를 뜻한다. 100년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미서훈자와 사망자들의 서훈을 받도록 하는 것이 남은 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양평의 3.1운동은 개신교는 말할 것도 없고 천주교, 유림까지 포함되고, 조직적이며 규모가 방대하고. 양상이 치열하며 연합시위에 대규모 참여와 다수의 사상자 등등 열거하기에도 벅차게 많은 특징들을 갖고 있다. 마치 다른 지역의 여러 특징들을 양평에 다 모아놓은 것 같다. 아니, 그 이상이다. 즉, 이런 양평만의 3.1만세운동은 연구할 가치가 있고, 연구돼야 한다.

인물 연구도 필요하다. 94명의 독립운동가들 모두가 소중하지만, 다시 연구되고, 조명돼야 할 분들이 적지 않다. 다른 지역에서는 그냥 스쳐지나간 인연을 갖고도 성지를 만들려는데, 양평은 우리 지역의 독립운동가에 대해 지금이라도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역사를 후대에 알려야 한다. 근래 독립선언서 필사릴레이가 인터넷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독립선언서를 한 줄이라도 직접 써보면 그 깊이와 기상과 수려함에 깜짝 놀라게 된다. 체화되는 과정을 교육이라고 했을 때 3.1독립운동에 대한 교육은 도시의 미래가 되고, 나라의 미래가 되고, 무엇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미래와 직결된다. 3.1독립운동은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민주주의다. 따라서 3.1운동을 알아간다는 것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시민교육이고, 당연히 필수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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