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혁명 100주년을 맞이한 기념적인 해이다. 양평에서도 지난해부터 양평3‧1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해 포럼 등을 개최하며 3.1혁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애써왔다.

1919년 3․1혁명이 있기 전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맞서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의병이 조직된 곳이 바로 양평이었다. 그래서 양평을 의향(義鄕)의 고장이라 부른다. 화서 이항로 선생의 위정척사사상을 기반으로 한 의병활동이 3․1혁명으로 이어지며 전국 평균보다 3배가 넘는 군민들이 가열 차게 만세를 불렀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TV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마지막회의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의병 장면은 의향의 고장 양평의 자부심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이 장면은 교과서에 실린 영국 데일리메일 매켄지의 실제 의병 사진을 재현한 것인데, 이 사진을 촬영한 곳이 바로 양평이다. 이 사진은 황재종 작가가 역사화로 제작해 현재 지평면 백하헌에서 전시되고 있다.

그런데 3․1혁명 100주년을 맞이한 현재, 선조들이 목숨을 던지며 지켜냈던 의향의 고장 양평에서, 의병정신을 계승하는데 앞장서야할 양평문화원이 올바른 것을 지키고 옳지 못한 것을 물리쳤던 의로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양평문화원장 선거에서 80세가 넘은 교회 장로가 문화원장이 되고자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선거 날에는 버스를 동원해 회원들을 실어 날랐다. 그렇게 부정을 저질렀지만 상대후보에게 겨우 66표 차이로 이겼다.

문화원 임원을 비롯한 회원 누구도, 지역의 정치권과 식자들 모두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양평의 의(義)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이 선거가 있었던 바로 다음 날인 23일, 3․1혁명 100주년을 기념한 포럼 행사에서 외부에서 온 지식인들은 “양평의 3․1운동은 ‘의’사상을 기반으로 해서 전국에서도 가장 선도적으로 전개됐다”며 추켜세웠다. 그 말에 얼굴이 달아올라 자리를 지키고 있기가 힘들었다.

이번 3․1절 행사에는 당시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이번 문화원장 투표에 참여한 회원들 모두 이 행사에 참여해 보길 권한다. 가슴 깊이 묻어둔 ‘의기’를 느끼고, 일으켜 세워 문화원을 바로 잡는 동력으로 만들길 바란다.

양평을 찾는 관광객에게 양평이 의향(義鄕)의 고장이라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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