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전 모종과 번지질 등 준비 철저히 준비 해야

■웹프로그래머 원길호의 인생 제2막 농촌정착기(4회)

 처음 귀농을 생각하고, 방사 유정란을 결정하던 시기에 벼농사도 같이 할 생각을 했다. 닭을 키우려면 벼농사에서 나오는 짚이라든가 왕겨, 쌀겨 등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 지난 8일 원길호씨의 사촌형이 논에 트랙터로 번지질을 하고 있다.

내가 벼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역시나 부모님은 걱정부터 하셨다. 그냥 닭이나 키우지 뭔 벼농사냐고…. 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밀어붙여서 허락을 받았으나, 아는 것이 없으니 시작부터 막막했다. 어떤 벼를 심어야 하고, 벼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 모르는 것 투성이다. 

다행히 매형이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 품종은 논의(품종에 따라 수확 시기, 재배가능 지역, 병충해에 강한지 여부 등이 다르다) 끝에 ‘고시히까리’로 하기로 했다. 근처 지역은 대부분 ‘추청’을 심는단다. 정부 수매를 하려면 ‘추청’을 심으라는데, 고민이 살짝 되었다. 10마지기(2000평) 좀 안 되는 논에서 나오는 쌀이 80㎏짜리 30~35가마니 정도 된다고 하는데, 아는 사람들한테 1년 동안 팔면 그 정도 못 팔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록 무농약 인증은 아니더라도, 내 ‘개인 신용을 건 무농약’이라고 팔면 될 듯하다^^. 그래서 수확은 적더라도 맛있는 쌀로 하고, 수확을 높이기 위한 비료나 농약 같은 걸 안 쓸 계획이라고 했더니, 매형께서 ‘고시히까리’를 추천하셔서 바로 결정했다. 

농법은 애초에 관행농법으로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농업 방식으로 직파를 전부 할 계획이었는데, 주변에서 ‘직파’는 다들 말렸다. 경험도 없고, 주위에서는 하지 않는 것이기에 모험이라고 했다. 특히 아버지께서 걱정을 많이 하셔서, 딱 두 다랭이만 시험 삼아 직파하고 나머지는 모내기로 하기로 했다. 모판도 직접 하면 좋겠지만, 귀농 전이라 육묘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날 바로 가서 알아봐야 된다고 해서, 육묘장을 알아보니 다행히 20분 정도 거리에 있어서, 매형하고 같이 갔다. 종묘장에는 벌써 노랗게 싹이 올라온 모판들이 보이고 있고 작업하느라 분주했다. 소량은 안 받는다고 하는 것을 매형이 주인장을 설득해서 20㎏짜리 두 포대(180판 정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를 가져다 주면 한달 정도 뒤에 심을 수 있게끔 길러준단다.(15일모니 30일모니 얘기를 나누는데 딴 세상 언어다. ㅋㅋ). 볍씨는 매형이 구해서 종묘장에 직접 가져다 주셨다. 직파용 볍씨 10㎏은 따로 빼서 시골집에 가져다 놓으셨다. 

모내기 4주 전, ‘모판 맡겨놨고, 모내기 날짜 받아놓으니 이제 심기만 하면 되겠군’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조카가 묻는다. ‘이앙기는 빌려놨어?’ ‘어! 그러고 보니 이앙기 빌리는 건 생각도 못했네?’ 아버지께서도 걱정이 태산이시다. 논두렁 무너진 것은 언제 보수할 것이며, 논두렁 조성도 해야 하고 로터리 치기 위해 물도 받아놔야 하는데 그건 또 언제 하냐고 물어보신다. 그때 든 생각 ‘역시 그냥 되는 일은 없군.’

부랴부랴 알아봐서 이앙기는 조카의 외삼촌께 빌리는 것으로 얘기가 되었고, 모내기 날에 맞춰 역산으로 계산해 보니, 번지(논흙을 평평하게 해서 물이 골고루 차게끔 만드는 일)는 늦어도 3~4일 전에는 해야 하고, 그 전에 로터리를 두 번 정도 쳐야 하고, 로터리 치기 3~4일 전에 물을 받아야 한다. 논두렁 조성을 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물을 받아서 로터리를 치고 3일 정도 물을 가라앉혀야 한다. 

모내기 3주 전, 논둑 근처만 로터리를 치고 물을 댄 후 다음 주에 논두렁 조성을 할 예정이다. 작은 댁에서 로터리를 빌려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오시더니 비가 이렇게 많이 오면 로터리 쳐 놓아도 논두렁 조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빠지지 않는단다. 물이 너무 많으면 논두렁 조성을 할 수 없다고 하시며 논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확인하시더니, 그냥 부분적으로 손을 보면 한해 농사는 더 지을만하다고 하신다.

저녁에는 부엽토를 이용해서 토착 미생물을 배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산에서 부엽토와 낙엽을 긁어다가 쌀겨와 한방영양제 등 자연농업 자재를 섞어서 습도를 맞춰 두고, 짚으로 덮은 후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차양 막을 쳤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트럭 전조등을 켜고 야간작업을 해야 했다.

모내기 2주 전, 논바닥에 잡초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풀 올라올 때 마른 로터리를 두 번 정도 쳐 주면 잡초가 현저하게 적어진다고 해서 마른 로터리를 쳤다. 100평 정도 되는 작은 논들이라서 그냥 경운기에 로터리를 달고 했다.

모내기 1주 전, 매형에게 전화가 왔는데 육묘장에 맡겨놓은 모가 너무 웃자랐다고 연락이 왔으니 들려보란다. 내려가는 길에 가보니, 같은 시기에 들어간 ‘추청’보다 2~3㎝나 커 보인다. 이번 주에 심으면 딱 맞을 크기라고(대략 가위 뼘으로 한 뼘 정도). 몇 개 뽑아서 아버지를 보여드리니 너무 길어지면 잘라서 심어야 할 수도 있단다. 자르면 수확이 줄긴 하지만 길어지면 죽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고. 조카한테도 물어보니, 길면 이앙기에 들어갈 때 모판이 떠서 뿌리 부분이 잘려나가면서 심어질 수도 있단다. 심히 걱정이 된다. 모내기 하기 전에 할 일이 아직도 꽤 남았다. 다행히 서울 일이 대략 마무리가 되어서 시간을 좀 더 낼 수 있어서 이틀 정도 빼고는 작업이 가능하다. 바쁜 한 주가 될 듯하다.

총 12다랑이 중, 맨 위에 있는 작은 다랑이는 물 관리가 힘들어서 빼고, 두 다랭이는 직파, 한 곳은 비교를 위해 관행농법, 나머지는 자연농업으로 재배할 계획이다. 다만 자연농업에서 말하는 토양기반조성(토착미생물을 배양해서 뿌리는 것)을 해야 하는데 만들어 놓은 토착미생물이 부족해서 몇 다랑이나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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