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3.1운동… 청소년 연극 공연

1919년 3월10일 서종에서 시작된 최초의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수백 명이 참여한 만세운동이 양평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다. 2만1000여명이 참여한 양평의 만세운동은 기록으로 남은 것만 25회, 검거인원은 82명에 달한다.

연극 <잊혀진 길을 걷다>는 청소년들이 양평의 역사를 기억하고 걸어갈 길이 되도록 만들자는 의미로 기획됐다. 지난달 22일 연극 연습 장면.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에 참여한 나이는 16세였고, 만세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시민들 가운데 학생들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다.

길은 걷지 않으면 잊히기 마련이다. 청소년들이 ‘양평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기념식에서 양평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을 주제로 준비한 창작연극 <잊혀진 길을 걷다>를 공연한다. 양평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체득해 걸어온 길, 걸어갈 길이 되도록 만들자는 것이 이 연극의 취지다.

◆ 연극을 통해 3.1절을 만나다

양평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지난 1월10일부터 매주 두 차례씩 너영나영 양평예술교육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만들기 청소년 워크숍에는 각 읍면의 예비 중1~예비 고1 청소년 10명이 참여했다.

12개 읍면에서 일어난 양평의 만세운동처럼 각 읍면에서 모인 청소년들은 양평 3.1운동에 대한 강연을 듣고 독립유공자 후손의 삶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는 활동을 통해 3.1운동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와 조상들이 지키고자 했던 나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잊혀진 길을 걷다>는 1919년 양평 3.1만세운동에 참여했던 14~20세 독립 운동가들과 그 현장에 떨어진 2019년의 16세 학생 ‘고아랑’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만세운동을 위해 탑골공원에 모인 5000여명 앞에서 연단에 올라 독립선언서를 처음 낭독한 것이 ‘학생’이라는 것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3.1절을 단순히 쉬는 날처럼 가볍게 생각했던 고아랑은 갑작스럽게 1919년에 떨어져 양평의 만세운동을 겪으며, 만세운동에 나섰던 수많은 시민들이 두려워했던 것이 일본헌병도, 죽음도 아닌 ‘잊히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된다. 현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잊은 것처럼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잊고, 우리나라와 나라의 역사가 기억 속에서 잊히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만세운동을 표현한 장면,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태극기로 꾸며졌다.

1919년의 권아리와 2019년의 고아랑을 통해 과거의 인물과 현대를 사는 사람들을 연결한 연극은 청소년들이 생각한 지키고 싶은 나라 ‘평등한‧행복한‧소외되지 않는‧권리가 동등한‧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을 다짐하며 마무리됐다.

◆ 과거와의 만남…작은 독립군들

고봄이 연출가와 진행된 장면만들기,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내며 장면장면에 주의를 기울였다.

고아랑 역의 박유민(단월중3) 학생은 “처음에는 무대에 서고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신청했다. 역사 과목은 단순히 외워야하는 것이라 생각해 싫어했다. 학교 수업은 유관순열사 등 대표적인 내용만 아는 정도였는데, 양평에서 일어난 3.1운동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 등 자세한 내용에 대해 배우며 역사를 재미있게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박연수·김병일 역의 박선호(양수중3) 학생은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극을 올리는 게 걱정되는 만큼 기대됐다. 학교에서 3.1운동에 대해 배울 때도 그 중요성만큼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고봄이 연출가는 “세상을 바꾸는 건 청소년들이다. 역사를 이끌 주체로서 청소년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좋겠다”며 “3.1절뿐 아니라 6월 의병, 8월 광복절 등 역사를 주제로 한 청소년 연극 만들기를 이어가고 싶다. 5~10년 예술을 바탕으로 역사를 만나는 장이 계속되면, 잊혀진 길이 아닌 걸어갈 길로서 아이들에게 체득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평군이 주최하고 대한민국 광복회 양평이천연합지회‧양평3.1운동 기념사업회가 주관한 ‘연극만들기 청소년 워크숍’은 찾아가는 연희극단 너영나영이 운영하고 너영나영 양평예술교육센터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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