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저는 뭐든 느립니다. 영화 <암살>을 얼마 전에야 보았습니다. <암살>은 여성 독립운동가라고는 3.1 운동 때 유관순 언니(누나) 밖에 모르는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총을 든 여성 독립투사가 있었다니. 실화일까요? 영화 속에서 전지현이 역할을 한 안옥윤은 정말 실존 인물일까요?

 

A. 저도 이 영화 봤습니다. 그것도 3번이나… 영화 제작 배경과 각종 영화 리뷰를 다 찾아서 읽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전지현이 역할을 한 주인공 ‘안옥윤’이라는 이름에는 뜻이 있었습니다. 이 이름은 독립열사 안중근의 ‘안’, 김상옥의 ‘옥’, 윤봉길의 ‘윤’을 모아서 만들었습니다. ‘안옥윤’에는 항일 전선에서 싸웠던 대표 암살자, 세 명 열사의 이름을 담았습니다. 멋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왜 남성 투사의 이름을 모아 여성의 이름을 만들었을까요? 여성 독립운동가나 항일무장투쟁가들은 없었을까요? 오늘은 이 궁금증을 해결해 줄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곧 삼일절입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책은 유관순밖에 모르는 우리가 읽어야 할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책이기도 합니다. 바로 <조선의 딸, 총을 들다> 입니다. 저자는 정운현입니다. 그는 중앙일보 기자로 입사해서 서울신문 차장,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으로 20여년 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그 후에는 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사무처장을 지냈습니다. 역사 저술에 힘썼으며 현재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가 2016년에 출간한 <조선의 딸, 총을 들다>에는 24명의 안옥윤이 있습니다. ‘북한의 유관순’으로 불리는 17살 순국소녀 동풍신과 국내 최초로 을밀대 정자의 지붕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독립운동가이며 노동운동가였던 강주룡도 있습니다. 최초의 한국 여군으로 알려진 오광심은 안옥윤처럼 중국 대륙을 누비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습니다. 가슴에 권총을 지니고 다니며 대한독립청년단 총참모를 했던 조신성은 한국 최초의 여군 장성이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총을 들고 일본군과 싸운 조선의용대 대원 박차정은 ‘부산의 딸’이었습니다.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은 임신 중이었습니다. 남성들이 무장투쟁과 관련된 일을 했다고 하면 여성들은 남성들과 다르게 더 폭넓은 활동을 했습니다. 저자 정운현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뭔가를 하면 대개 전업이 된다. 그러나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 직업은 직업대로 있으되 가사는 고스란히 남는다. 밖에서는 직업인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내요, 엄마요, 주부의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도 그와 비슷했다. 이중고,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뒷바라지’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티도 잘 나지 않는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 챙긴 것을 누가 독립운동으로 쳐주겠는가?”

 

독립운동에도 여성들은 ‘워킹맘’이었습니다. 군자금을 모집하고 외교활동을 하고 일본군에 무장 타격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독립운동가들을 먹여 살렸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지키면서 항일운동에 목숨을 바쳤습니다. 직접적인 독립활동만을 인정해서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2016년까지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은 사람은 270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고통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은 삼일운동 100주년이 단순한 기념일이 아닙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아 역사 속에서 죽어있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이 부활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영화 <암살>에서 배우 하정우가 분한 하와이 피스톨은 친일파를 암살하려고 하는 주인공 옥윤에게 말합니다. “한 두 명을 죽인다고 해방은 오지 않아.” 옥윤은 말합니다. “한두 명 죽인다고 해방은 오지 않겠지요. 그래도 알려줘야지요.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다는 걸…” 정운현의 책, <조선의 딸, 총을 들다>를 읽으면서 우리도 여성독립운동가들에게 알려야 할 말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도 계속 기억하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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