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이나 기차를 기다리다보면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타는 곳 안쪽으로 한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같은 안내 방송이 나온다. 기차나 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멘트가 사용되는데 예전에는 “곧 기차가 도착하오니 손님 여러분께서는 노란선 밖으로 물러나주시기 바랍니다”라 안내하기도 했다. 지금과 이전 안내방송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한 분이 있을 것 같다. 언뜻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안쪽’과 ‘밖으로’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보자.

역에는 안전을 위해 그어 놓은 노란 선이 있다. 이 선을 기준으로 안과 밖이 구분된다. 그런데 그 관점이 어딘가에 따라 안과 밖은 달라진다. 기차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기차가 다니는 철길이 안이 되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철길은 노란선 밖으로 밀려난다.

결국 노란선의 안과 밖은 누굴 기준으로 하는가,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인가 기차인가에 따라, 아니면 기관사인가 승객인가에 따라 안과 밖이 달라지는 셈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중 누가 중심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표 파는 곳’과 ‘표 사는 곳’처럼 이런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 기차 안내방송은 안전선 안으로 물러나라고 해야 하나, 노란선 밖으로 물러서라고 해야 하나?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어떻게 부르든지 의사소통에 별 문제는 없다. 다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지금은 사소한 차이 같아 보이지만 시선을 어디로 향하는 가에 따라 중시하는 가치가 달라지고, 결국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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