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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이야기 - 지갑 대 소동

지난 일요일 아침, 동네 단체 톡이 시끄러웠다. 늦잠을 즐기고 있다가 슬쩍 곁눈으로 보니 동네 사람 몇이 마을 뒷산에 가는 것 같았다. 같이 갈 사람을 모으는가 싶더니 이불 속에서 미적거리는 사이 이미 산을 오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20여분 뒤 또 톡이 시끄럽게 울렸다. 동네 사람들이 정상으로 정해 놓은 작은 바위 봉우리에 모여 귤을 까먹다가 누군가 사진을 찍어 카톡에 올린 모양이다. 양평 읍내가 한 눈에 보이는 것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20여 분이 또 흘렀다. 톡이 다시 시끄러웠다. 산을 내려 온 사람들과 집에서 늦잠을 잔 사람들이 점심을 어떻게 할까 갑론을박 중이었다. 누구는 어느 집에 가면 늘 맛난 것이 많으니 거기로 가자고 하고, 누구는 읍내에 나가 자장면을 먹자고 했다. 잘 하면 점심을 얻을 먹을 것 같아 카톡을 열어놓고 관망했다. 그때 또 톡이 울렸다. 방금 산에서 내려 온 옆집 아저씨였다. 내용인즉 산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다시 올라가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와주세요’하고 톡을 날렸다.

점심 얻어먹으려다 못 볼 걸 본 나는 궁시렁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벌써 뛰어 나온 몇 명이 산자락 앞에 모여 있다 나를 보더니 얼른 꼭대기에 가 보란다. 내가 가장 젊고, 자기들은 이미 등산을 해서 다리에 힘이 없으니 갈 사람은 나뿐이란다. 지갑을 잃어버린 아저씨도 아무래도 꼭대기에서 귤 먹는다고 바위에 걸터앉았는데 그때 흘린 것 같다고 했다.

입이 이만큼 나왔지만 어쩌랴! 궁시렁거리며 올라갔다. 힘들게 가보니 귤을 까먹은 흔적은 있었지만 지갑은 없었다. 내려오면서 길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없었다. 반쯤 내려오자 몇몇 아저씨들이 흩어져 산 속을 뒤지고 있었다. 같이 10여 분 뒤졌지만 못 찾았다.

그때 한 아저씨가 지갑을 흘린 아저씨의 치매를 의심하며 아무래도 지갑이 집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지갑 주인은 60대 중반이었지만 치매를 걱정할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자 이구동성으로 그럴 것 같다며 집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온 집안을 뒤졌다. 대여섯 명이 남의 집 침대 밑이며 옷이란 옷은 죄다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없었다.

지갑 아저씨에게 산에 가기 전에 어디 갔었냐고 물어보았다. 아랫집에 커피 마시러 간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얼른 아랫집에 내려가 거실을 뒤졌다. 없었다. 다시 지갑 아저씨 집으로 갔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한 아저씨가, 집에도 없고, 그렇다면 꼭대기 아니면 흘릴 데가 없는데 제대로 찾아 봤냐며 다시 올라가보라고 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후들거리는데 꼭대기까지 다시 올라 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다.

나는 아랫집 말고 또 간 곳이 없냐고 물었다. 옆집에 개 밥 주러 잠깐 갔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얼른 옆집으로 갔다. 마당에 들어서자 저만치 밤색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주워 열어보니 현금 31만원이 들어 있었다. 얼른 안 호주머니에 넣고 산 속으로 뛰어가 몸을 숨겼다. 그 사이 사람들은 점심을 어떻게 하냐고 다시 티격태격하더니 어느 집으로 몰려가는 눈치였다.

잠시 뒤, 숲속에 몸을 숨긴 채 지갑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시 꼭대기로 올라가는 중인데 찾아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반을 주겠다고 했다. 오호! 그랴? 그 길로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뛰어가 지갑을 내 놓았다. 그렇게 해서 거금 15만 원이 내 수중에 들어왔다. 그 돈 덕택에 강상면사무소 옆 횟집에서 생각지도 않은 동네 회식이 열렸다.

 

* 이번 호로 ‘좌충우돌 양평정착기’를 마칩니다. 애독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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