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장인이 만든 생목화분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꿈꿔

차강욱 모포스틀루 대표

“아빠 살아있는 나무를 왜 태워요? 아프겠다. 여기에 구멍 뚫어주면 내가 꽃 심어서 키우고 싶어요.”

겨울철 난로에 들어가는 땔감나무를 보며 던진 아이의 마음은 자연 친화적인 플랜테리어와 만나 나무화분을 탄생시켰다. 지난해부터 나무화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모포스틀루’의 차강욱 대표는 6년 전 강상면 세월리에 둥지를 튼 양평주민이다. 지난 21일 그의 작업장을 찾아 그가 꿈꾸는 세계를 들여다봤다.

플랜테리어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로 실내를 꾸며 공기 정화 효과와 심리적 안정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인테리어 방법이다. 최근 미세먼지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자연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경향과 맞물려 공기 정화 효과를 가진 식물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플랜테리어는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트랜드일 뿐 아니라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상면의 ‘모포스틀루(대표 차강욱, 39)’는 플랜테리어가 유행하면서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업체다. 이 곳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자연에 자연을 담다’를 모토로 나무를 화분으로 만들어 다육식물과 선인장을 심은 생목화분이다.

▲큰아들의 순수함이 영감을 준 생목화분

생목화분의 탄생은 차강욱 대표의 큰아들 덕분이다. 어느 날 큰아들이 아빠 작업장에서 자투리 나무를 가지고 놀다가 난로에 화목을 넣는 걸 가만히 지켜보며 “아빠 살아있는 나무를 왜 태워요? 아프겠다. 여기에 구멍 뚫어주면 내가 꽃 심어서 키우고 싶어요. 그럼 나무도 오래 살고 꽃도 나무집에서 살아서 좋잖아요”라고 말한 것에서 착안했다.

차 대표는 사람도 흙과 나무로 지은 친환경 집에 살면 건강이 좋아지는 것처럼 식물 역시 자연 그대로의 나무 안에서 사는 게 더 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수와 통풍에 약한 나무 화분의 단점은 화분에 배수관과 통풍구를 마련해 보완했다. 나무에 단순히 구멍을 파낸 화분이 아니라 수분이 60~80% 남아있는 나무 그대로 만드는 화분으로 식물도 훨씬 잘 자란다고 말한다.

모포스틀루(mofostlu)의 뜻은 차 대표 네 자녀들을 담고 있다. 첫째는 의젓하고 든든한 산(mountain), 둘째는 엉뚱하고 다채로운 숲(forest), 셋째는 반짝반짝 예쁘고 착한 별(star), 넷째는 똘망하고 명랑한 달(luna)을 알파벳 두 글자씩 조합해 모포스틀루가 탄생했다.

4남매는 차 대표에게 늘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해준다. 함께 놀다보니 나무 곤충채집통과 물고기 관찰용 어항도 만들어 판매해 호응을 얻었다. 지금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목수의 삶으로 변신

차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기획하는 직장인이었다. 서울 여의도에서 나고 자란 부부에게 여의도는 고향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각박한 곳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벗할 수 있는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어 6년 전 양평행을 택했다.

그는 취미로 목공일을 해왔는데 양평으로 귀촌을 하면서 목수를 직업으로 삼게 됐다. 그는 무형문화재 김의용 선생으로부터 짜맞춤가구를 전수받고 소목장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짜맞춤 가구는 수요가 많지 않아 대중화된 아이템을 찾던 중 큰아들의 한 마디에 생목화분이 만들어지게 됐다.

단순히 나무를 잘라 속을 파내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각 나무의 물성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마른 나무가 아니라 수분이 60~80% 남아있는 나무를 파내야 하기 때문에 마른 나무보다 질기다.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는 흙이 썩지 않게 하려면 통풍구조도 있어야 하는데 물배수관과 통풍구를 알맞게 갖춰 흙과 식물에게 최적의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독자기술로 특허출원 중, 재주문으로 품질 인정받아

생목화분을 제작하는 과정은 필요한 나무를 선정하고 벌목할 지역을 선택한 후 나무를 한다. 계절별로 수분을 담고 있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각 나무마다 수분 측정을 거친다.

화분의 모양으로 속을 파낸 후 2일 이내로 다육식물과 선인장을 식재한다. 제작된 상품은 습도와 온도 일조가 맞는 곳에서 보관을 한 후 최소 한 달 정도 생육한 후 판매하고 있다. 간혹 박람회 등에서 보고 모방한 짝퉁제품이 판매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1년 정도 걸리는 특허출원을 진행 중이다.

오프라인 판매는 차 대표의 지인이 운영하는 덕소의 매장에서 하고,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판매처는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다.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소규모 후원을 받거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목표한 금액이 달성돼야 구매할 수 있는 판매방식이다.

매장이나 박람회 등에서 직접 본 고객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온라인에서도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반응은 뜨거웠다. 목표한 금액이 하루 만에 달성돼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있게 됐다. 특수 제작한 박스로 안전하게 배송된 나무화분 사진을 구매자들이 SNS에 올리면서 주문과 재주문 모두 많다.

생목화분은 임업진흥원의 ‘2018 목재산업 경진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상금은 150만원이었지만 수상을 계기로 양평군 산림조합으로부터 나무를 용이하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화분에 쓰이는 나무는 벌레가 꼬이지 않는 나무를 사용한다. 주로 사용하는 나무는 산벚나무, 참나무, 다릅나무, 동백나무다. 각 나무마다 결이나 색상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차 대표는 식물이 자연에 담겨 있어 편안하기 때문에 잘 자라고, 생목이기 때문에 피톤치드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속흙 건조가 느리고 제습작용을 하기 때문에 여행이나 출장을 오래 다녀오거나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잘 키울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직접 기르기 위해 구매하기도 하지만 선물용으로 반응이 매우 좋다.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 만들고파

차 대표는 1인 기업으로 지난해 3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나무를 구하고 절단해 화분을 만들고, 식재하고, 운반‧판매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설날과 발렌타인데이 등을 앞두고 주문량이 늘어 이웃 주민들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고 있다. 차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세우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양평에 귀촌하면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많다. 주민들의 소일거리를 만들고 함께 수다 떨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좋아 다육식물을 화분에 심는 일을 함께했는데,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사회적기업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병원이나 기업, 노인시설 등과 계약해 생목화분을 대여하고 관리하는 렌탈사업도 준비하고 있다”며 “지속할 수 있는 친환경사업을 지역주민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밀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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