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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저씨의 한옥
안동권 출판인

재개발로 인해 이사를 해야 하는 장모님을 위해 올 봄 작은 집을 한 채 지었다. 기초 공사를 하고 집을 막 짓기 시작하는데 바로 옆 땅도 기초 공사를 했다. 주인을 만나 인사를 했더니 한옥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살려고 짓는 집은 아니고 팔려고 짓는 집이라고 했지만 어쨌거나 옆에 멋진 한옥이 들어선다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실제로 완공이 다 돼 가자 무형문화재 목수를 불러 짓는다는 한옥은 기와가 웅장한 것이 참으로 근사했다.

11월이 되자 두 집이 모두 완공 되었는데, 어느 날 옆집 아저씨가 어떤 아저씨와 함께 오더니 장모님 집 창문을 유심히 살펴보고 갔다. 그동안 집을 서너 번 짓는 동안 창은 늘 좋은 것으로 달았다. 3중 유리에 압착식 창이 그것이었다. 단열에 있어 창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옆집 아저씨와 같이 온 사람은 한옥 창문을 시공한 사람 같았다. 두 사람이 장모님 집 창문을 살펴 본 이유는, 늦가을이 되면서 바람이 세 지자 한옥 창이 덜컹거린 모양이었다.

장모님 집을 짓는 동안 자연히 한옥 짓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그런데 미안한 말이지만 겉만 번지레 할 뿐 속은 엉터리였다. 모양은 한옥이지만 공정 과정은 목조 주택과 비슷했는데, 문제는 목조 주택 시공 때 해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붕만 해도 그랬다. 원래 한옥은 지붕에 황토를 얹고 그 위에 기와를 얹는다. 그런데 옆집 한옥은 합판 위에 방수 패드를 깔고 그 위에 기와를 얹었다. 문제는 전통 한옥처럼 지붕에 황토를 채우고 기와를 얹는 게 아니라면 목조주택 지붕처럼 안쪽에 단열재를 잔뜩 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벽체는 더 심했다. 장모님 집의 벽체 구성을 보면 안쪽부터 벽지, 석고보드, 합판, 단열재, 다시 합판, 방수천, 스티로폼, 시멘 미장, 스타코 미장 순으로 돼 있다. 하지만 옆집 한옥은 벽지, 석고보드, 합판, 단열재, 합판 다음에 곧바로 스타코 미장으로 마감했다. 방수 천과 스티로폼, 시멘 미장을 생략했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를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지붕과 벽체가 이런 식이라면, 게다가 창틀이 덜컹거리며 소리를 낼 정도라면 겨울이면 집이 무척 추울 것이고, 여름에는 무척 더울 것이다. 아마 영하 5도 이하의 날씨가 1주일 정도 계속되면 외벽 쪽을 타고 실내로 들어 온 수도관은 얼어버릴 가능성이 많다. 2-3일 집을 비우기라도 하면 실내 온도가 영하로 내려 갈 수도 있다.

옆집 아저씨는 처음 짓는 집이고, 재테크 차원에서 짓는 집이라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몰라 문제의식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일하는 사람들 역시 전통 한옥만 짓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집 구조와 기와지붕은 멋지게 뽑아냈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한옥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겉모양만 보고 덜컥 집을 사서는 안 된다. 적어도 지붕과 벽체를 어떻게 시공하고 마감했는지는 물어보고, 들어도 잘 모르겠다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외관만 보고 사게 되면 이사한 그 다음 날부터 고생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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