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대담

# 본지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호에 그 해의 의미 있는 인물이나 단체를 인터뷰해 왔다. 올해는 지난 21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기획자 4명과 함께 송년 대담회를 가졌다.

양평은 인구 유입으로 인한 선(先)주민‧후(後)주민 간 갈등이 자주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 양상 중 하나가 ‘문화차이’이다. 공동체 구성원이 다양화되는 시점에서 화합과 공존의 방향은 무엇인지 숙고가 필요하다.

또 내년에 생활문화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양평군의 생활문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본지는 이번 대담회를 통해 양평의 문화환경을 되짚어보고, 문화정책 공론화의 단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2시간 남짓한 짧은 만남으로는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역에서 활발한 논의가 촉발되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사회: 성영숙 본지 편집국장

참석: - 김지연(강상면 세월마을학교축제‧강상문화플랫폼 기획자)

- 이송(‘용문면 사람들의 인생 나눔 이야기’ 기획자)

- 이창신(‘공무원과 주민이 만든 두물머리 인생이야기’ 기획자)

- 김미란(지평면 송현1리 마을정원만들기 기획자)

사진=황영철 기자, 기록=박지혜 기자, 정리=성영숙 기자

 

성영숙) 서로 처음 뵙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자기소개를 겸해 양평에서 진행했던 사업들을 간단히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다.

 

김미란) 양평에 귀촌한 지 10년 정도 됐다. 2년 전부터 지평면 송현1리 마을가꾸기 위원장을 맡아서 하고 있다. 원래 하는 일은 방송광고와 연예인 스타마케팅 에이젼시 대표로 일하고 있다. 문화기획이나 방송제작 일을 하다 보니 마을에서 부탁하셔서 봉사로 이 일을 하게 됐다. 각종 공모전에 서류작성 등 준비작업을 맡아하는데, 그동안 엄청 많이 떨어졌다. 떨어지고 도전하는 것 자체가 경력이고, 떨어지면서 성장할 수 있다. 따복공동체, 지역만들기, 정원문화제 등을 기획했다. 먼저 일궈진 마을이라 제가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양평에서 처음 했던 일은 걷기 길 기획을 도와드린 거다. 걷기동호회 생활을 15년 정도 했다. 올레길이 한창 유행이었고, 양평에 좋은 인도길이 많았는데 왜 안 하고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는 인도를 다 엮으려 했는데 그게 관이랑 이야기가 덜 됐다. 용문역 개통을 앞두고 경기도 사업 취지에 맞춰서 용문역, 화전리, 추읍산 볼레길을 만들었고 개통식 걷기행사 개최를 기획했다.

마을정원사업은 뭘 할까 하다가 첫날 어르신들과 인터뷰를 했다. 공통된 의견이 옛날 마을 골목길을 다시 활성화하면서 마을 자체가 예쁜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어르신들은 자식들이 다시 돌아와서 마을을 지켰으면 했다. 마을을 간직하면서 할 수 있는 걸 생각하다 마을 전체를 수목원으로 만들자고 했다. 사업 전에도 뜻 맞는 어르신들과 사비로 전국을 다니면서 그런 구상을 오래 해 왔다. 다른 마을에서는 큰돈을 따와서 성공한 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런 게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어르신들이 다툼 없이 마을을 자랑스러워하시는 거다.

마을정원은 브랜드마케팅으로 10년 정도 계획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공모에도 선정돼 어르신들 모두 교육을 받으며 가드너가 되고 계시다. 마을 전체디자인은 사업상 알고 지내는 아트디렉터들이 참여하는데, 디자인에 관해서는 최고를 써야한다는 생각이다. 인적 인프라 보충이 안 되면 힘들다.

 

이송) 5년 전 아이교육 때문에 이주했다. 용문면 광탄리에 후주민들로만 구성된 마을에 살아 선주민과 만날 일이 별로 없었다. 서울 국립극장과 정동극장에서 공연기획 일을 오래했고, 전공이 춤이라 전통에 관련된 일을 주로 담당했다.

양평 와서 할 게 없나 찾아보니 하던 짓이 기획이라 동네를 보는 것도 그렇게 보이더라. 홀몸어르신, 다문화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뭐 해줄 게 없나 고민하던 차에 2년 동안 관여해온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생나눔교실이 작은 마을 멘토링사업으로 오픈되면서 공모사업을 따오게 됐다.

주민자치위원과 협업하면서 마을단위가 아니라 면단위 사업을 진행하게 됐는데, 면에서는 관여한 적이 없다. 어떤 점에서는 그게 더 고맙다.(웃음) 주민자치위원들이 자기 지역에서 수급 조절해 5~6명의 작은 멘토링으로 홀몸어르신, 결손가정, 다문화가정, 선주민과 후주민 등 9개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원래는 10개였는데 군인사회가 계급사회이다 보니 군인가족이 안 모이더라. 제일 공을 들였지만 결국 그 사업은 포기했다.

9개 사업을 12~15회 멘토링 진행했다. 지난해 이 사업에 올인 해서 121회 멘토링, 50명 정도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로 전국 주민자치대회와 박람회를 나가게 됐고, 수상도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공모로 5000만원을 따 와서 50명에게 각각 100만원을 나눠주는 게 나은가, 아니면 2년 동안 내가 고생하는 게 나은 일인가 고민이 됐다. 요즘 동네를 돌아다니면 프로그램에 함께했던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원래는 이웃삼촌 이웃사촌으로 다 같이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예전의 시골문화를 회복하지는 취지로 한 건데 나만 이웃이모가 된 것 같다(웃음).

 

이창신) 올해 관광콘텐츠 개발 회사를 만들었다. 공영방송의 방송작가로 20년 넘게 활동했다. 예능작가였으면 지금도 했을 텐데(웃음) ‘tv는 사랑을 실고’ 같은 메시지 전달 위주의 프로그램들을 주로 맡아 기획 일을 많이 했다. 아이 교육문제로 양평에 내려와 10년 정도 됐는데 서울 오가기도 힘들고, 지역에서 일을 찾게 됐다. 방송하면서도 농산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로컬푸드 식당을 하게 됐고, 밥 먹으러 오는 손님을 위해 ‘맛있는 음악회’를 열게 됐다. 현재는 조현초등학교가 주최가 돼 같은 공연을 하고 있고, 저는 어르신들 식사 대접이나 섭외 등만 돕고 있다.

그러다 손영희 선생님과 인연이 닿아서 손글씨 전시회를 두물머리에서 열게 됐다. 기획작업을 해줄 사람이 없었고, 공무원들이 직접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보니 문화기획일을 맡게 됐다. 그때 당시에는 아무 것도 모를 때라 2000만원으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웃음) 모르다 보니 열정을 쏟아서 했고, 보조사업은 원래 봉사로 하는 건줄 알았다.

군과 인연이 닿아서 그 다음해 지평막걸리를 산업관광화하는 기획안 작업을 무료로 돕게 됐다. 그게 4차까지 가서 떨어졌는데, 제 생각엔 군에서도 기획전문가가 필요하구나 생각을 한 것 같다.

지역 관광에 관심 있는 분들의 모임인 양평탐험대 몇 분과 함께 ‘2018 두물머리 인문학 생태관광’ 기획 작업에 참여했고, 군이 제출한 기획안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에 선정됐다. 스토리텔링,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 지도사 프로그램 개발 등을 현재 진행 중이다.

또 지난주에 양평관광탐사프로그램 공모가 있었는데 선정이 됐다.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시계탑 세우는 작업을 손영희선생님과 함께 했었는데, 이렇게 랜드마크가 되는 디자인물이나 프로그램을 제가 사는 양평에서 하고 싶다.

 

김지연) 20년 넘게 공연기획자, 문화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1994년 대학로 학전소극장의 공연기획자로 기획‧홍보 업무를 하다 극단사다리로 자리를 옮겨 교육연구소 일을 하면서 지역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2005년부터 고양문화재단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했다.

2007년에 폐교 위기에 놓인 강상면 세월초등학교의 학교 살리기 마을학교축제가 인연이 돼 축제기획을 계속 돕다가, 2014년 세월리 마을회관 2층에 세월달빛사랑방을 열면서 한번 살아봐야지 해서 이주하게 됐다.

지금은 세월초의 문화코디네이터가 공식적인 직책이다. 세월초 일을 자원봉사처럼 하다 2015년부터 문화기획이 ‘일’이라는 개념을 만들려고 약간의 보수를 받고 있다. 올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학교문화기획자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냈는데, 개념정리를 하고 싶었다.

2015년 세월리 지역만들기에 참여했고, 2년 전 경기문화재단에서 플랫폼 시범사업 기회가 와서 ‘강상 생활문화 플랫폼’을 통해 강상면의 예술가, 생활예술가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는 우연히 계기가 돼 청소년문화공간 ‘별빛누리’에서 ‘청포도시(청소년‧청년이 퍼뜨리고 이끌어가는 도시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청소년, 청년들을 주로 만나고 있다. 요즘은 ‘청년의 필요는 내 필요였구나. 얘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데’라는 생각을 한다(웃음). 마을에 청년 하나 있으면 국가가 지원금을 주고 여기서 일자리를 찾을 환경이 될 텐데 생각하지만 다 어른들 생각이다. ‘나무장난감을 만들면 수익이 될 텐데’, ‘저 할머니 된장을 팔면 수익이 될 텐데’ 이런 생각이 드는데 청년들은 아직 이런 욕구가 없다. 올해 ‘청포도시’가 계기가 돼서 양평읍사무소에 ‘청년사무소 콕’를 만들어서 카페처럼 운영하며 청년이 모이길 바라고 있다.

 

 

김미란

“문화를 접해보지 않았으니까 못 노는 거다.

놀이터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 게 없는데 해보라고 하면 어렵다”

 

성영숙) 다양한 계기로 지역에서 문화기획 일을 하고 계시는데, 문화기획자가 보는 양평의 문화환경은 어떤지 궁금하다.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활동해왔는데 양평 주민들은 그런 문화환경에서 자라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게 첫 번째 부딪치는 상황일 것 같은데, 어떻게 체감하셨는지.

 

김미란) 문화를 접해보지 않았으니까 못 노는 거다. 지금 하는 일이 다 했던 일의 연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다. 안 해본 사람에게 왜 못하니 라고 하면 안 된다. 저는 마을에서 어르신들과 같이 놀고, 같이 하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잠깐 와서 뭘 만들어 드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니까 놀이터가 많이 필요한 거고. 양평에 문화기획자가 많은데 왜 본인의 자리에서 안 하고 남이 해주길 바라나. 본인의 자리에서 놀이터를 만드는 게 가장 빠르다. 그 속에서 자라야 상상력이 열리고 안목이 생기고 그렇게 나갈 것이다. 그런 게 없는데 해보라고 하는 것은 어렵다.

 

이송) 집에서 현대무용하는 후배를 데려와서 멘토링을 했다. 그 친구가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 소통하도록 만들어줬는데 밤 10시가 되니 후배가 지치더라. 후배는 다음에 다시 하자고 하고, 아이들은 더하자고 했다. 그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부모를 초대해서 아이들의 놀이,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용문초등학교 100주년 기념공연도 자비로 직접 했다. 그런 다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 가서 공연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아이들이 예술교육을 가지고 놀 수 있는 판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아들, 아들 친구들과 함께 실험적으로 하고 있다.

그 아이들이 이후에 어떤 문화를 누리고 살 것인지 추적조사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중에 괜찮았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다 했던 사람이지, 혜택을 받은 사람이 말 하는 경우는 없다. 사실 노는 장을 펼쳐주면 그 당시 즐겁지만 이후에 돌아가 내 삶과의 연계작업이 쉽지 않다.

 

김지연) 어제 공연을 보러갔는데 관객층 연령이 높더라. 50~60대 직장인들이 같이 온 그룹도 있고. 송년회의 양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1990년대 공연계에 있을 때 기획자들이 이걸 사업처럼 ‘직장의 송년문화를 바꿔주세요’라고 했을 때 별로 안 움직였다. 송년회는 이렇게 술 마셔야 하냐고 그때 얘기하던 사람들이 이제 50~60세대가 돼 이런 문화가 생겼다.

지금 60~80대는 제가 아무리 좋다고, 자유롭게 놀아보라고 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재밌게 무용하고 놀았어도 ‘애들아 춤춰봐’ 하면 다시 방송댄스로 간다. 시간이 10년, 15년이 지나서 가랑비 젖듯 익숙해지면 그런 문화를 접할 때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

서울시 정책을 잘 모르지만 홍보는 잘한다고 생각되는 게 요즘 어딜 가나 협치, 공공, 나눔의 얘기가 있다. 전철에도 있고, 방송도 많이 하고, 기사도 많다. 계속 그런 얘기를 듣다보니 저희 부모님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람은 잘 안 바뀔 수 있지만 정책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옆에서 이렇게 바람을 넣어줘야 시민들이 ‘그런 것도 의미가 있네’ 한다. 양평도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송

“공모사업을 통해 시각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그런 게 양평군 전체에서 일어나야 하는

변화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성영숙)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한 사람이 어른이 돼서도 그걸 향유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주민자치센터 가서 자치위원들과 이야기해보면 프로그램을 만들어놔도 오는 사람은 다 후주민이라고 한다. 선주민 후주민 간 문화차이도 있고, 군 차원의 다양한 문화정책이 필요하지 않나.

 

이송) 저도 주민자치위원이긴 하지만 공모사업을 하며 사실은 그분들과 협의를 한 것은 아니었다. 기획서가 먼저 나오고 그분들과는 공모 이후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때는 되게 힘들었다. 3번 설명회를 했다. 3번을 하고도 ‘그러면 우리한테 좋은 게 뭔데’라는 질문을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프로그램이지, 그게 그에게, 나에게 좋다는 개념은 아닌데도 다들 ‘우리에게 뭐가 좋냐’는 질문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갑자기 혼돈이 오더라.

그렇게 시작해서 일 년을 마무리 하고 2년 차에 또 진행이 되고 그분들과 대화했을 때 시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사업을 통해서 주민자치위원회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공모사업이 의미가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관계를 가질 수 있겠다고 느낀 것은 계단 하나를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어찌 됐던 발은 띄었다는 생각이다. 하나씩 점차적으로 가다보면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치, 그런 게 양평군 전체에서 일어나야 하는 변화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성영숙) 조현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조현초 학부모와 선주민 사이의 문화적 충돌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창신) 시골은 밥 한 끼 잘 먹으면 묵은 감정이 풀린다. 맛있는 음악회를 학교에서 할 때 어르신들을 모시고 상을 따로 차려드렸는데 식사만 하시고 가셨다. 세 번째 오시더니 마음이 풀어지고, 올해 대동계에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들어가면서 빗장이 약간 풀어진 것 같다. 함께 먹고, 즐겁게 보고, 놀 수 있는 자리가 중요하다. 선주민도 즐겁고, 새로 온 세대도 즐겁고, 3대가 모두 즐거울 수 있는 놀이판이 일 년에 한두 번만 있으면 될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고민하는 게 두 가지이다. 돈이 되거나 일자리를 창출하는 문화사업과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사업이 있다. 마을사업 이런 것들은 삶의 질은 높아지는데 반면 아이들은 ‘이 걸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데요’ 한다.

‘두물머리 인생이야기’ 콘텐츠 개발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자료조사를 해오라고 회의비를 지급했더니 아이들이 ‘문화프로그램을 만드는 직업도 있네’ 경험을 하게 됐다. 본인들이 살고 있는 공간의 매력을 보여주면 직업적으로 파헤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 마을도 지역만들기를 하는데 그 자체도 가치 있지만 군에서 정책적으로 청년들과 함께해서 시각디자인이 아닌 문화, 공간 디자인 등을 지원해주면 어떨까 싶다. 남이섬이 최초로 북콘테스트를 유치한 것처럼 양평과 문화, 관광을 매칭시킬 수 있는 콘테스트를 열어서 창업지원금을 지원하면 좋겠다. 낭비하는 예산만 줄여도 청년에게 5000만원 몰아줄 수 있을 것 같다.

 

김지연)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자기 철학을 만들어야지 수익개념으로 가면 못 버티더라. 내가 이걸 왜 했나, 나만의 특색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지역에서 청년창업이 가능하다. 따복공동체사업으로 500만원을 지원받아 청년들과의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사업비에서 인건비는 매우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보니 (활동)틀을 만드는 환경지원이 안 된다. 지금의 공모사업에서 플러스로 청년 바운드리가 만들어지는 사업을 같이 해야 한다. 청년창업이 망하는 이유가, 현재 우리 교육이 사업을 수익개념으로만 가르쳤고, 체험관광들도 수익개념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회의하고 의견조율하고 과정이 힘들지만

가치 있다는 생각으로 협업자리를 만들어주니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성영숙) 다들 얘기하셨듯이 문화라는 게 즐기는 문화가 있고, 돈이 되는 문화가 있다. 군에서 지원하는 것은 주로 돈이 되는 문화다. 축제도 사실은 관광객 유치나 농산물판매, 홍보 등이 목적이다. 그런데 지자체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주민이 행복하게 문화를 향유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현재는 예총 등 기관, 단체에 문화사업을 맡기다 보니 실제 마을이나 학교 등 기초단위로까지 혜택이 안 내려온다. 어떤 식의 문화정책이 입안돼야 실제로 주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까요.

 

김지연) 주민자치센터 얘기하고 싶다. 강좌 같은 걸 찾아다니는 문화에 익숙한 분, 후주민들이 주로 오신다. 조현리, 세월리 등 동네 안에서 문화행사가 진행돼야 선주민 후주민이 만날 기회가 자주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문화가 만들어진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센터의 목적을 정확히 가져가야 한다. 프로그램도 센터가 해야 할 것과 동네로 가져가야 할 게 있다. 군의 정책뿐 아니라 지역정책도 달라져야 하는 게 있다.

한편으로는 지역만들기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변수인데, 컨설턴트위원이 바뀌기도 했지만 4년 전보다 아주 조금 ‘수익’ ‘체험마을’ 등에 관한 말이 줄고 ‘주민행복’에 관심이 생기고 있다. 말 그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성영숙) 지역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작은 단위 얘기를 하셨는데 어디서 예산이 나와서 어떻게 향유해야 될까 생각을 해보면, 기존 단위에선 지역만들기사업일 것 같다. 지역만들기 예산이 한해 20억원이 넘는데 주민자치예산이나 공모사업까지 합하면 50억원 이상일 거라고 생각된다. 지역만들기에서 문화사업이라고 할 만한 게 꽃가꾸기, 정원만들기, 교육프로그램 정도인 거 같다. 양평처럼 노령화된 마을에서 주민행복이 목표라면 마을기업이나 경제공동체 가지 말고 문화공동체의 비중이 많아지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든다.

 

김미란) 그런 게 아니다. 너무 잘 되고 있다. 이렇게 천천히 가는 게 양평스러운 거다. 갑자기 후주민들이 들어와서 ‘이런 문화가 있다’고 하는 거다. 시골이 너무 좋아서 온 건데, 지금 현재가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변화속도가 양평인 거다. 자연스럽게 바뀌어갈 것이다.

후주민들이 주민들과 교류를 안 하고 무조건 와서, 여기 백년 전통 있는 마을인데,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저분들의 삶을 잘 모르면서, 심지어 나를 잘 알리지도 않는다. 저희 마을에도 조성된 지 5년 된 후주민들의 마을이 있고, 후주민 수가 더 많다. 저는 양쪽에 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한다. 당연히 주민들끼리 지지고 볶을 시간이 필요하다. 같이 땀 흘리고, 먹고, 자고 하는 게 친해지는 데 최고다. 컨설턴트들은 마을을 잘 몰라서 이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의 템포가 양평스럽다.

 

 

김지연

“생활문화공간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그룹(자문단)을 계속 만들고

이야기의 공통 고리를 찾아내

이걸 문화정책으로 확장해야 한다”

 

성영숙) 문화기획자로서 양평을 바라봤을 때 시스템이나 발상전환이 필요하다면?

 

김미란) 후주민이나 문화관련 예술가들이 시간을 갖고 먼저 ‘양평주민’이 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여기 주민들이 있고, 그들의 룰이 있다. 주민들이 원해야 사업도 하는 거지 자기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안 따라오면 멈춰야하는 것이다. 저는 주민들에게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한다. 그러다보면 싸운다. (마을사업으로) 돈 못 번다고 늘 얘기한다. 소소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이송) 저는 공연을 했던 사람인데 양평에 와서 공연문화의 향유권은 포기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체질이 변한 게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민하게 되고, 이번 프로그램도 하게 됐다. 일을 마치면서 용문소식지에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한 편 섰다. 얼마 전에 ‘2019 소극장특화산업’ 심의를 했는데 양평은 하나도 없었다. 올해는 회관시스템의 좌석배치 말고 그냥 강당식이라도, 조명과 음향이 갖춰진 극장을 만드는 것을 이슈화하고 싶은 게 개인적 목표다.

 

김지연) 극장은 필요한데 극장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만들지 않으면 대관업무만 하기 쉽다. 극장을 만드는 것은 군의 생색내기로는 좋지만 극장을 운영할 수 있는 문화정책, 문화환경이 같이 가야한다. 그래서 문화재단을 만들기도 하는데 어떤 문화재단이 운영하느냐도 문제다. 미술관 만들었지만 누가 운영하고 있나. 현재는 문화정책을 이야기하는 환경 자체가 없다보니 이런 게 먼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창신) 이번에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디자인, 홍보영상, 기획한 사람 모두가 양평주민인데 서울로 돈벌이 하러 다닌다. 다들 현업에서 일하는 전문가이지만 양평 안에서 밥벌이하기를 바란다. 서울만큼 벌지 않아도 여기서 즐겁게 아이와 같이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사업은 공무원이 전문가 협업을 이끌어낸 경우다. 통으로 입찰 띄우면 서울업체들이 오기는 하겠지만 양평주민이 아니다보니 양평의 장점과 한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하게 된다. 여기 살고 있고 떠날 사람이 아니니까, 또 내가 한 걸 이웃이 평가할 수 있기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게 되더라. 모여서 회의하고 의견조율하고 과정이 힘들었지만 가치 있다는 생각으로 협업자리를 만들어주니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그런 분들을 매칭할 수 있도록 군에서 찾아야 한다.

 

성영숙) 전문인력이 모이려면 네트워크나 플랫폼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군의 역할이라기보다는 종사하는 분들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그런 게 없으니까 군에서는 예총이나 인맥을 통해 일하는 게 아닌가. 내년에는 양평에 생활문화센터가 생기는데 현재까지 공유과정이 전혀 없다.

 

김지연) 생활문화의 주축은 문화의집이다. 양평에 하나 있던 문화의집마저 없어졌다. 문화환경이라고 말하는데 ‘문화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공간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요즘 문제라고 생각되는 게, 청소년공간이 의미 있다고 하니까 군에서 5개를 더 만든다는데 그냥 공간만 만들고 알아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라는 게 군이 생활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생활문화공간에서만 문화활동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그룹이 만들어져 확장돼야 한다. 이상적일지 모르겠지만 서울시의 방식이, 계속 네트워크를 여러 그룹(자문단)으로 만드는 거다. 문화자문단, 생활자문단, 관광자문단, 역사자문단도 있는데 그 자문단에서 나온 이야기의 공통 고리를 찾아내 이걸 정책으로 확장한다.

광주광역시의 청소년삶디자인센터가 만들어지는데 4년이 걸렸는데 건물 만드는데 1년 걸렸지만 운영할 수 있는 환경 만드는 데는 3년이 걸렸다. 걱정스러운 것은 내년에 생활문화센터를 양평에 만든다고 하는데 운영할 문화재단이나 네트워크가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누군가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성) 할 이야기가 많지만 예정된 시간이 다 됐다. 참석해주신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양평에서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다양하게 생겨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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