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엊그제 일간지를 보니 ‘너도 나도 세금여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띤다. 자세히 읽어 보니 지난 한 해 동안 세금 1400억원을 들여서 지방공무원 5만2946명이 ‘세금 여행’을 했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한 지자체는 1년 동안 재직 공무원 전체의 43%가 세금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거의 2년에 한 번은 해외연수가 가능한 비율이 아닌가? 이 지자체에서는 아마 해외연수를 못 간다면 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을 법도 하다. 외국에서 배울 것이 그리 많아서? 아니면, 업무로 너무 수고를 많이 해서 위로차? 이런 이유로 꼭 해외를 다녀와야 하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기도 하다.

이것도 타파해야 할 공직사회의 적폐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동안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규모와 내용을 보니 지방공무원들의 해외연수는 정말 도를 넘었구나 하는 생각조차 든다.

필자가 젊은 교수 시절의 일이다. 어느 광역지자체의 집행부 공무원들과 의회의원들이 도시환경정책 견학차 중남미 연수를 간다고 했다. 필자도 그 연수단의 일행으로 포함되었다. 그런데 일정을 살펴보니 연수라기보다는 관광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함께 따라가야 하나?’ 마음 한 구석에 갈등이 일었지만, 결국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 연수에 몇몇 시민단체 간부들이 동행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필자는 환경단체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많은 시민단체의 활동에 크게 실망하고 활동을 접으려는 참이었다. 시민단체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더욱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경우도 여러 번 보았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으면 문제가 생겨도 그들을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안 되는 일이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는 관변단체이지 시민단체라고 보기 어렵다. 필자가 경험한 선진국의 시민단체들은 기업이나 정부로부터는 단 1센트도 받지 않는 것이 운영상 철칙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여건에서 기업이나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시민단체이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해외연수 같은 일은 공직자들과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세금으로 공직자들이 해외연수를 많이 가는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중앙일간지 기사에 의하면 양평군청도 재직공무원 대비 해외연수자 비율이 37%나 되고, 전체 지방정부 중에서 6위에 올라 있어서 놀랐다. 200여개가 넘는 지자체 중에서 6위는 최고 순위에 속한다. 재정자립도가 약 17%에 불과한 가난한 지자체인 양평군이 이런 비율인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연수를 가는지 어떤 일본의 지자체는 너무 많은 한국 공무원들의 중복 방문에 자기들 업무에 지장이 있다고 한국 공무원 방문을 아예 사절을 했었다. 공무원 연수단을 맞이하는 외국 기관들은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한국은 정말 부자나라인가보다. 또는 시민들이 공무원들의 세금 낭비에 대하여 무관심한 것일까…?” 그래도 앞서가는 도시행정을 배우겠다고 제대로 된 연수라면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들의 배낭여행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좋은 사례나 선진 경험이 있다면 보고 배운다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공직자들의 불요불급한 해외방문은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해외 출장이나 견학이 필요하다면, 사전에 이해 관계자가 아닌, 시민이 참여하는 엄정한 심사기구를 만드는 것도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는 한 방법일 것이다.

대부분 선진국의 지방정부는 이런 관광성 연수에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자기가 낸 세금 사용에 대하여 시민들의 감시의 눈이 시퍼렇기 때문이다. 우리도 제도적으로 통제장치를 만들어 세금낭비성 해외연수를 막아야 한다. 시민들이 나서서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시해야 한다. 공직자들은 세금을 혈세라 부르는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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