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지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지도, 생활지도, 훈화지도 등 수많은 지도가 교육의 이름으로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는 양방향이 아닌 일방향이기 때문에 교육의 본질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지도에는 서로 배우고 소통하며 성장하는 과정과 상호 존중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은 교사의 일방적인 ‘지도함’과 학생의 수동적인 ‘지도받음’으로 구성되는 작품이 아니다. 지도가 위에서 잔소리하는 것이라면 교육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접고 들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지도는 교육과 달리 기다림이 없기에 학생의 문제행동에 즉각적인 행동 수정을 요구한다. 그래서 지도로 행동이 변화되었다면 이는 신뢰에 의한 교육적 효과가 아니라 공포와 두려움에 의한 움츠림에 가깝다.

한편, 지도가 행동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교육은 감정의 변화도 강조한다. 그래서 교육은 학생들의 행동을 바꾸는 행동코칭에 머무는 지도가 아니라 관계와 감동의 과정이어야 한다.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만남과 관계를 통해 행동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일방적 지도에서 이런 공감을 달성하기 힘들다. 지도와 교육의 차이는 바로 이점에 있다.

말(단어)은 특정한 철학과 관점을 담고 있기에 어느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 학생을 불신하고 지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느냐, 아니면 학생을 믿고 배움과 권리의 주체로 보느냐에 따라 쓰는 말이 달라진다. 그래서 더욱 ‘생활지도’라는 말은 ‘생활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교육철학의 변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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