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본예산 심의 현장>
사전 준비 못한 초선 의원들 한계 드러나
질문에 답변 못하는 부끄러운 부서장들
지방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예산안 심의가 군의원들의 부실한 준비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 부서장들로 인해 부실 심의로 치닫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사전에 검토를 하지 못한 채 심사장에서 자료 요구만 했고, 부서장들은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9년 본예산 심의가 시작된 지난 7일, 양평군의회 소회의실에는 심의에 나선 군의원과 답변에 나선 부서장 및 팀장, 취재를 나선 언론인들로 자리가 꽉 찼다. 본예산 심의는 내년 군정의 핵심 사업들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예산이 적정하게 배치됐는지와 불필요하거나 부적정한 예산이 있는지를 다루기에 긴장된 상황에서 진행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초반 긴장됐던 소회의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분위기를 잃어 갔다.
첫 심사 대상인 기획예산담당관 시간 이혜원 의원(자유한국당 나선거구)은 “정책 연구나 생산에 배정된 예산보다 일반 사무․운영비 예산이 높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올해 2회 추경예산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삭감된 서울사무소 예산(보증금 4000만원, 임대료 4800만원, 관리비 720만원 등 1억520만원)이 다시 상정된 것에 대해 “인건비와 집기류 등을 제외하고 임대료만 1억원이 넘는데 어디에 구하기에 이렇게 비싸냐”고 묻자 이금훈 기획예산담당관은 “정확히 파악을 못했다”며 답변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이런 날카로운 지적은 사라지고 자료 요구가 이어졌다. 특히 이혜원 의원과 전진선 의원(무소속, 나선거구)은 각 부서의 예산 배정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의원들이 사전에 예산 검토를 하고 심의에 나섰을 때는 그 예산의 적정성을 거론해야 하는데 이제야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 의원은 “초선 의원이다 보니 예산 심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집행부가 예산을 배정한 목적과 성과에 대해 정확히 답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11일 친환경농업과 관련 질의에서 한상현 과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송요찬 예결특위 위원장이 “팀장들이 배석해 있는 이유가 뭐냐. 과장이 대답을 못할 때 팀장들이 나서서 자료를 전달해 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반복됐고 급기야 송 위원장은 심의를 중단한 뒤 친환경농업과 심의를 마지막 순서로 돌리기도 했다.
초선 의원들이 예산 심의에 한계를 보인 가운데 3선인 박현일(더불어민주당 가선거구)․송요찬(더불어민주당 나선거구) 의원도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 특히 박 의원은 예산 심의 내내 자리를 비워 빈축을 샀다. 위원장을 맡은 송 의원은 “초선 의원들에게 질문 시간을 배려한다”며 질문을 자제했다.
의원들과 집행부들이 갈팡질팡 하면서 실제적인 예산 심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8대 군의회는 취임 초기부터 의원별로 업무 영역을 나눠 담당 영역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본예산 심의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이혜원 의원은 주민복지과 예산 심의에서 혼자 1시간 가량 질문을 쏟아내 집행부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에 반해 윤순옥(자유한국당 비례)․황선호 의원(자유한국당 가선거구)은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고 자리만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매년 예산안 심의에 방청을 오던 양평경실련 등 시민단체 관계자도 이번 본예산 심의에서는 불참했다.
심의를 취재한 한 기자는 “철저한 심의로 소중한 주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원들의 결의는 찾아볼 수 없었고, 자신의 부서 사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부서장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며 “긴장감과 치열함이 넘쳐야 할 본예산 심사장에서 나오는 건 한숨 뿐”이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