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 양평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임

2019년 3월13일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일이다.

선거 6개월여 전인 지난 9월21일에「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대한 규칙」이 일부 개정됐다. 가장 두드러진 내용은 후보자가 제출하는 선거공보가 4면에서 8면으로 늘어난 것이다.

‘제1회 전국동시 조합장선거’ 시 양평군 지역의 각 조합 후보자별 공약의 수를 비교해 보니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10개 정도로 평균 5개 정도의 공약을 걸고 후보자들이 선거에 뛰어 들었고, 그 내용도 크게 변별력이 없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한 개선책으로 지면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꾸준히 조합 경영정책을 다듬어 온 후보자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조합원과의 친분에만 의존하는 후보자에게는 지면을 채우기도 벅차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엔 말을 잘하거나 또는 글을 잘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해왔다. 흔히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면 사기꾼’ 이라거나 또는 글을 잘 쓰는 것은 연애편지 쓸 때나 필요한 재주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말과 글은 그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을 담아내는 유일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말과 글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신뢰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 왔다. 그것은 우리의 잘못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의 현란한 말과 글(공약)에 국민들은 수없이 속고 실망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교육현장에서도 말과 글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다루지 않고 유창한 말솜씨를 재담이나 개그의 자질 정도로만 저평가해 왔던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선거현장에서도 토론회를 볼 때 후보자의 말이 얼마나 논리정연한가 하는 기준보다 표정이나 제스처에서 신뢰감을 주는가 하는 이미지에 더 점수를 주어왔다.

그러나 이젠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으로 이러한 관성을 끊어내야 할 때이다. 적어도 정치나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는 말과 글이 국민이나 상대를 설득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이자 자산이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분명하다. 민주정치의 요람인 미국의 경우만 보아도 오바마 대통령이 명연설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활용한 정치적 이슈 메이킹을 보면 더욱 확연해 진다.

우리 사회도 달변과 명문이 문제가 아니라 말과 글을 행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고치고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다. 어려서부터 토론과 글로써 소통하는 것에 숙달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성숙한 말과 글에 의한 소통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 돼 선거 현장에서도 후보자의 공보를 보고 그 이상과 비전을 비교하고 더불어 그 공약을 실천할 역량까지도 갖추었는지를 가늠해 보고 리더를 뽑는 것, 그것이 민주사회의 바람직한 선거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합원님들도 후보자의 비전과 이를 이룰 실천약속인 공약(公約)이 담긴 선거공보를 그냥 공약(空約)으로 소홀히 하지 말고 이를 꼼꼼히 보고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보만 잘 만들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후보자는 다음 선거에서 철저히 배척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면 된다.

옛 성인에게 제자가 물었다. 가짜와 진짜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습니까?

‘말하는 바를 행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으면 가짜고, 행하기는 했으나 이루지 못했으면 그저 위인(偉人)일 뿐이다. 말하고 행하고 마침내 이루었으면 진짜다. 진인(眞人)이고 성인(聖人)이고 부처인 것이다‘라고 했다.

성인(聖人)인 조합장은 아니라 하더라고 최소한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내는 위인(偉人)의 자질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우리 조합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선거 튼튼한 우리 조합”이란 이번 동시조합장 선거의 슬로건처럼 깨어있는 조합원들의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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