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너영나영 예술교육센터 성인여성 공연 및 ‘청소녀’ 워크숍

<82년생 김지영>이 지난달 누적판매 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 출간 2년 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것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이 녹록치 않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양평에 사는 여성들은 어떨까? 지난 1일 ‘여성’을 주제로 한 참여극 현장을 찾았다.

<춤추는 앨리스의 발견>은 30~50대 여성들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 준비한 연극이다. 지난 1일 양평읍 너영나영 예술교육센터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타인 앞에 서며 삶의 주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딛은 배우들과, 같은 여성이지만 다른 시기를 살고 다른 시선을 가진 여성청소년들이 만났다.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참가자들

16명의 여성청소년들은 너영나영 예술교육센터 앞 작은 카페에서 <춤추는 앨리스의 발견> 공연을 관람하고, 공연워크숍을 갖기 위해 모였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여성이 삶의 주체가 되는 연극이라는 점에 흥미를 느껴서, 혹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한 자리에 모인 초‧중학생 소녀들은 처음 만난 친구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눴다. 또, 외적인 내가 아닌 내적인 나를 들여다보며 함께 즉흥시를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 나와 너의 삶… 춤추는 여자들

“아들이어야 할텐데” 탄생의 순간부터 아이가 아들임을 바라는 타인의 바람과 “건강해야 할텐데”하는 아이를 위한 바램, “내 아이 맞아?”라는 의심 속에서 소중하게 태어난 나, 혹은 나의 아이.

가면을 벗는 배우들

12명의 30~50대 여성들이 준비한 <춤추는 앨리스의 발견>은 30여명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1 행복하거나 지옥같거나’ ‘#2 난 누구인가, 또 여긴 어디인가’ ‘#3 아픈데도 피어나는 아름다움’ ‘#4 터널 속 빛을 찾아서’ 등 모놀로그와 에필로그로 이어졌다.

탄생의 순간부터, 고통 받거나 행복했던 어린 시절, 친구와 함께하고 가난에 차별 받던 10대, 탄압받고 사랑했던 20대, 아이를 만나고 엄마를 이해하게 된 30대, 그리고 현재의 내 이야기까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연극을 통해 참가자들은 움직임으로, 노래로, 말로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의 공감과 그 시대를 겪지 못했던 이들의 감동을 이끌어 냈다.

모노드라마로 구성된 연극

참가자들은 대본을 작성하고 자신의 삶을 표현했다. 전문배우가 아닌 일반 여성들이 그려냈기에 더 와 닿는 연극에는 ‘나는 이렇게 힘들게 살았다’가 아니라 ‘이런 삶을 산 내가 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의 꿈을 꾼다’는 치유의 내용이 담겼다.

2층에서 열린 전시는 지난 4개월 간 30~50대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여정이 엿보였다. 배우들은 청소년기의 기억을 불러오는 물건을 만들고, 청년기의 빛과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현재를 자유롭게 표현한 결과물을 그림이나 시로 표현했다.

◆ 연극의 이유… 배우와의 만남

배우와의 만남. 공연이 끝난 후, 여성 청소년들과 배우들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공연 후에는 청소년 관객과 배우와의 만남이 이어졌다.

이영숙 연출가는 “기억나지는 않더라도 내 안에 무수한 세포 중 어딘가에 내 모든 시간들이 저장돼 있다는 것이 이야기의 주요 의미”라며 “그 빛을 꺼내보는 작업, 나를 발견해보는 작업이 이 공연의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조영주씨는 “어린 시절에는 40대 이후의 나의 삶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다른 배우들을 만나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연씨는 “8월부터 매주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서 살아온 인생을 나누고, 인생을 움직임이나 연극으로 탄생시키기까지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며 “돌아보고 싶지 않은 과거들을 용기내서 맞닥뜨리며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소감을 말하는 강지우 학생

강지우(지평중3) 학생은 “공연 초반에는 무엇에 관한 공연인지 고민하며 연극을 봤는데, 중반부터 어려움이나 불행 등 자신의 이야기와 진심을 표현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며 “과거와 달리 남녀차별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으로 변하고 있어 좋은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 공연이 끝난 후… 소녀들의 이야기

공연 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봄이 예술교육감독은 왜 이런 자리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공연을 보여 준 것 같으냐고 물었다.

정해인(지평중3) 학생은 “페미니즘이 떠오르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날 선 말들이 많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라며 이 연극을 보여준 것 같다”고 답했다.

김상언(단월중3) 학생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중‧고등학생이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고민과 질문이 생기는 연극이었다. 배우들의 사연에서 그들이 겪어야했던 차별과 잘못된 인식, 편견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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