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전통문화학교 ‘너랑 나랑 전통문화랑’ 종강

“뽀드득 뽀드득”

지난 18일 한가한 주말 오후, 강하면 기흥성뮤지엄 2층 기획전시실이 돌 가는 소리로 가득하다. 수강생들은 목걸이로 만들 곱은옥(옥을 반달 모양으로 다듬어 끈에 꿰는 장식)을 다듬느라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이 수업은 경기문화재단의 2018 경기 전통문화학교 운영 지원사업인 ‘너랑 나랑 전통문화랑’의 마지막 강좌다. 삼선문화(대표 기현중)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전수조교회가 주최‧주관하는 전통문화학교 ‘너랑 나랑 전통문화랑’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전수조교 10명과 기흥성뮤지엄 명인협회소속 전시모형 전문가 1명으로 구성된 강사진이 지난 9월부터 11개 전통문화 수업을 강하면 강하초등학교와 기흥성뮤지엄, 안산시 안산문화원에서 진행해왔다.

이날 옥공예 수업은 경기도무형문화재 제18호 옥장 전수조교인 김성운 장인이 맡았다.

옥은 아름답고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귀한 돌로, 동양문화권을 대표하는 보석으로 알려져 왔다. 우리 민족은 신석기시대부터 장식의 목적으로 옥을 사용했고, 차츰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했다. 사극에 흔히 등장하는 ‘옥장도’나 비녀, 노리개 등 장식용뿐 아니라 식기, 반가사유상이나 화로의 재료로도 쓰였다.

김성운(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8호 옥장 전수조교) 옥장이 다양한 옥을 소개하고 있다.

옥을 사용해 여러 가지 기물이나 장신구를 제작하는 공예장이 옥장(玉匠)이다. 김성운(47) 옥장은 “2000년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한국관에 옥석으로 만든 옥석화로가 영구 소장됐다. 곱돌은 열을 가하면 재질이 단단해지는데 이 원리를 선조들이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옥석화로’를 제작한 옥의 명장 故 김용철씨가 그의 선친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옥을 접한 김 옥장은 옥공예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수업은 옥 종류 소개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옥은 전통적인 개념과 현대적인 개념이 다르다. 현대적 개념의 옥은 과학적인 분류로 연옥(백옥)과 경옥(비취)를 말하지만 전통적 분류로써의 옥은 상서로움이 느껴지는 모든 원석을 아우르는 개념이었다.

김 옥장은 월드컵 트로피 하부에 쓰이는 녹색의 ‘공작석’, 송진이 굳어진 ‘호박’, 중세에는 금보다 귀했다는 ‘청금석’ 등을 소개했고, 수강생들은 김 옥장이 건넨 원석들을 돌려보며 화려한 색과 무게감, 질감 등을 감상했다.

이어서 옥공예에 쓰이는 도구와 과정을 소개했다. 물과 섞은 연마제를 뿌리며 톱으로 원석을 자르는 과정, 가래틀과 발갈이틀로 구멍을 뚫고 외형을 다듬는 과정 등을 영상과 설명으로 들었다. 모든 것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지난하고 섬세한 과정이다.

대리석을 이용해 곱은옥을 만드는 체험객들.

갈아서 제작하는 마연기법을 통해 곱은옥을 만드는 실습이 진행됐다. 옥은 2시간의 수업으로는 결과물을 내놓기 힘들어 비앙꼬 대리석을 사용했다. 곱은돌 모양이 그려진 원석을 받은 수강생들은 갈돌과 줄칼 등을 사용해 모양대로 갈아낸 후 사포로 갈아 목걸이를 만들었다.

친구 3명과 함께 참여한 박영민(49)씨는 지인 소개로 장성우(경기도무형문화재 제16호 지장 전수조교) 장인의 전통부채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재밌어 다시 찾은 경우다. 박 씨가 “(돌을) 가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며 “대리석 식탁 귀퉁이 잘라서 옥공예 만들어도 되냐”고 해 좌중을 웃겼다.

김 옥장은 “조선시대 옥잠 장인이 10명 정도일 정도로 적었다. 그만큼 힘든 과정”이라며 “체험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해 달라”고 응수했다.

양승현(6) 어린이도 엄마, 아빠와 함께 고사리 손으로 돌을 갈았다. 승현이 엄마는 “이창수(경기도무형문화재 제1호 계명주 전수조교) 장인의 전통주 빚기에 참여했었는데 전통주에 대한 상식도 얻고 재밌었다”고 만족해했다. 승현이 아빠는 “김희준(경기도무형문화재 제14호 소복장-백골 전수조교) 장인의 액자공예에도 참여했었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분야도 알려주고, 가족사진도 찍어 걸어두니 좋다”고 말했다.

삼선문화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전수조교회는 오는 29일부터 한 달간 ‘너랑 나랑 전통문화랑’ 전 과정을 마무리하는 전시회를 기흥성뮤지엄에서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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