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에는 흩어져 살던 가족 친지가 한 자리에 모인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가족들은 함께 식사도 하고 그동안의 안부도 나눈다.

그런데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직도 어색하게 느껴지는 호칭이 있다. 바로 처남과 처제, 도련님과 아가씨라 부르는 일이다. 명절 뒤 신문과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이와 관련된 뉴스를 보도하는 것을 보면 나만 유난히 그렇게 느낀 건 아닌 듯하다.

이런 호칭이 어색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가장 큰 문제는 성차별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도련님은 남편의 남동생을 높여 부르는 말이고, 반면에 처남은 아내의 남동생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그래서 여성의 입장에서 차별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남편의 여동생을 아가씨라 부르고, 아내의 여동생을 처제라 부르는 것도 같다. 시댁과 처가도 같은 논리로 볼 수 있다.

사실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한쪽은 높이고 다른 한쪽은 낮춘다면 이는 분명 잘못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아직 신분제 사회의 차별적인 관행이 남아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정부도 가족제도와 문화를 개선하는 기본 계획을 수립해 이런 성차별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칭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호칭은 서로의 관계를 드러내는 잣대와 같다. 상대를 어떻게 부르는 가는 그 사회의 권력관계를 반영한다. 존대의 말과 반말의 차이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호칭은 차별적이다. 그래서 서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호칭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우리 사회를 좀 더 평등한 사회로 변화시키려는 작은 발걸음과 같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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