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곧 학교…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야”

“많은 분들의 기대 속에 어깨가 무겁지만 좋은 학생, 좋은 학부모, 좋은 선생님, 좋은 지역주민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좋은 기운을 받아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지난 5월 1일 학교법인 양진학원의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이사회에서 최종 임용된 서종중학교 최형규(46) 교장은 22일 “길게 호흡하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학교의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양진학원은 지난해 가을부터 불거진 학교재단의 비리로 관선이사(임시이사회)가 파견됐고, 임시이사회(이사장 강범식)는 지난 3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 과정과 절차 등이 파행으로 치닫자 전임 교장을 의원면직 처리하기로 최종 의결하고,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최형규(수원 유신고) 교사를 새 교장으로 임용했다.

최 교장은 정식 취임(5월 16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사회에 대한 정서는 물론 아직 학교 업무파악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지만, ‘학교 정상화’를 위한 그의 방향과 교육철학은 누구 못잖게 확고했다.

 

▲ 내부형 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최형규 교장은 “학생과 교사의 동등한 만남에서 교육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 학교 정상화가 중요한 만큼 교장이 일방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선생님들과 협의하고 소통하는 집단지성의 가치를 실현해 큰 틀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매주 1시간씩 학교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하는 시간을 갖자는 제의에 선생님들이 흔쾌히 동의해주었다”고 말했다. ‘식구들’(교육 구성원)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누면 분명 학교정상화의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다만, 모든 논의와 고민의 중심에 반드시 학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기본 전제다. 

“단순한 두발자유나 체벌금지만으로 인권을 논하기는 어렵고 기본적으로 학교가 인권 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최 교장은 “수업, 건물, 교실은 물론 공간 리모델링에 이르기까지 학생이 기본이 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분야에 대한 왕성한 연구와 풍부한 현장교육 경험에서 비롯된 뚜렷한 교육관이다.

학생인권과 함께 손상된 교권 회복에 대해서도 최 교장은 “흔히들 학생인권의 상대적인 개념에서 교권 추락을 이야기하지만, 학생인권과 교권은 구성원 전체의 틀 안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그림에서 밝은 부분을 표시하려면 그림자가 있어야 하듯이 교사의 자존감을 키우고 직장생활의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그림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최 교장은 ‘만남’과 ‘마을’이라는 두 단어로 자신만의 소신 있는 교육철학을 이어갔다. 

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학생과 교사의 동등한 만남’에서 교육이 시작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선생님의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 교장은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뿐만 아니라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을의 역할과 책임”이라면서 “사실 마을학교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과정은 험난한 길이기에 교육 구성원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구성원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최 교장은 “교장 취임 후 학생회대표단과 간담회를 했는데 한 학생이 ‘건의할 것이 있다’고 해 앞으로 건의라는 표현 대신에 ‘협의’라는 말을 쓰자고 했다”며 “학생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훨씬 소중하고 가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학부모들에게는 단순히 교육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다는 함께하는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는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지역사회 역시 “문화예술인들과 같은 인적자원을 개발해 적극적인 참여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사가 변화의 핵심”이라고 단언하는 최 교장은 “학교에 교사가 많지는 않지만 모두 훌륭한 교육관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생님들”이라며 “작은 학교일수록 행정 업무량은 더 많아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까울 지경이라 더 많은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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