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업’으로 황폐된 자연 되살릴 터

자연양계 방식의 ‘방사 유정란’생산에 주력

  내가 귀농해서 하려고 하는 일은 자연 양계에 맞춘 방사 유정란 생산이다.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법이 아닌 자연 농업에 맞추어 양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일이 꽤 된다. 

그 중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자연농업 자재를 준비하는 일이다. 자연 농업은 거름이나 사료 등 대부분의 자재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 만드는데 짧게는 일주일에서 긴 것은 1년이나 걸리는 자재도 있기 때문에 귀농하기 전에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 자연농업에 쓰이는 유산균을 만들고 남은 치즈.

주간에는 회사에 다니고, 야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에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주말이다. 주 중에는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거나 책(조한규의 ‘자연농업’)을 통해 공부를 하고, 매주 주말에는 시골에 내려와서 하나하나 준비해나갔다. 자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용기나 재료들이 필요해서 그것부터 알아봤다. 

먼저 항아리. 자재들은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야 하기 때문에 숨을 쉬는 전통 항아리에 담아서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웹 서핑을 통해 찾아봤는데, 20리터 항아리가 보통 5만원 안팎이었다.(이것 저것 만들고, 보관까지 하려면 10여개는 있어야 하니 꽤 부담이 된다). 그런데 저가의 항아리들은 물레를 돌려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찍어서 만들고, 화학약품이 들어간 유약을 쓰며, 전통가마보다 온도가 떨어지는 전기 가마에 굽는다고 한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된 전통항아리를 사고 싶어서, 여기저기 발품을 팔았다. 원주에 있는 시장에 오래된 항아리 파는 집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가보기도 했고 이포보 근처에 있는 전통 옹기 장인이 하는 집에도 찾아갔다. 안성 쪽에도 제대로 된 가마에 굽는데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가봤다. 물건이 꽤 맘에 들어서 20리터짜리 4개를 개당 5만원에 샀다. 돌아다녀본 결론은 그냥 믿고 사는 수밖에 없다. 

다음은 한지. 덮개로 사용할건데 이것도 전통한지가 좋을 듯해서 여기 저기 찾다가 우여곡절 끝에 원주에 있는 국내 유일의 한지 테마파크에서 10장 구매했다. 4절지 한 장당 3000원이다.

마지막으로 흑설탕. 자재 만드는데 대부분 흑설탕이 들어간다. 백설탕이 아닌 흑설탕을 쓰는 이유는 미네랄 등 영양소가 풍부해서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흑설탕에 대해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TV프로그램에서도 다루었던 내용이라는데, 흑설탕을 정제해서 황설탕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백설탕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아니란다. 원당에서 백설탕을 뽑고, 거기에 열을 가해서 황설탕을 만들고 캐러멜을 추가해서 흑설탕을 만든단다. 흑설탕 좋다고 한건…. 다 옛말이었다. 그래서 원래 알고 있던 흑설탕을 찾아보니, 유기농 비정제 설탕(흑설탕은 아니고 황설탕으로 보인다)이 캐러멜 흑설탕의 2배 정도 되는 가격에 팔고 있어서 그걸로 낙점했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자재 만들기에 돌입했다. 계피 한방영양제는 자연농업 자재 중에서 여기 저기 가장 많이 쓰이고 만드는 시간도 꽤 걸리는 한방영양제 중 하나다. 당귀, 감초, 계피, 마늘, 생강 5가지를 각각 만든 후 혼합해서 만든다. 유산균(쌀뜨물을 1주일 정도 두었다가 중간층에 있는 액과 우유를 1:10 비율로 섞은 후 항아리에 넣고 20℃ 정도에서 1주일 정도 지나면 치즈와 유산균 액이 만들어 진다)과 현미 식초(현미를 24시간 불린 후 고두밥을 해서 막걸리 만드는 식으로 이스트와 누룩을 넣고 1년 정도 경과하면 식초가 된다), 토착 미생물(자연농업에서 중요한 자재 중 하나로 해당 지역에 사는 미생물을 모아서 확대 배양한 후 사용한다. 토양을 비옥하게 하거나 자가 사료를 만들 때 등 자주 사용된다) 등을 시도해 보았으나 어려움이 따랐다.

자재를 만들고 있으면 부모님께서 걱정 어린 시선으로 ‘그게 뭐 하는 거냐?’ ‘별걸 다 만든다’ ‘왜 사서 고생이냐?’ 하시는 통에 눈길을 피해야만 했다. 가장 힘든 점은 내가 만든 자재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체계적인 배움 통해 자연농업 실천

 

조한규원장과 원길호씨.

애초에 자연농업을 이용한 축산 전문연찬(자연농업 연구소에서는 연찬이란 표현을 사용한다)이 있어서 받으려고 했었는데, 기본연찬 이수자에 한한다고 해서 참석을 못했다. 그런데 자재를 만들면서 하나하나가 궁금한데 해결할 방법이 없다 보니 교육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연찬은 1달에 한번 정도 있고, 4박5일 교육이어서 회사에 휴가를 내고,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양해를 구한 후에 충북 괴산에 있는 교육장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폐교를 활용한 곳이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뻘쭘하게 있다가 교육이 시작되었는데, 좀 특이하게 교육이 진행되었다. 일단, 밥을 두 끼밖에 안 준다. 그리고 밤 10시가 넘도록 교육을 한다. 어찌 되었든 80세가 다 되어가는 조한규 원장님은 자연농업의 의미와 실제 농법에 대해 교육하였고, 따님으로 보이는 부원장님은 자재 만들기를 위주로 한 교육이었는데, 책이나 인터넷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산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식적인 부분 외에 자연농업에 대한 이해나 확신 같은 것이 조금은 생겼고, 해외에서 온 분들-미국, 필리핀, 아프리카-이나 멀리 인제에서 온 할머니, 각 지역에서 각각의 사정으로 온 분들과 얘기를 하면서 소신있게 이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사 유정란’을 목표로 하고 준비하다가 만나게 된 ‘자연 농업’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닭을 방목하고 알은 주워서 팔면 되겠지’란 막연한 생각에서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변화시켰다고나 할까?

처음엔 ‘자연 농업’을 하나의 도구로 바라봤다. 소규모를 생각했기 때문에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부합했고, 자연 농업을 하게 되면 사료를 자급자족해서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든가 시스템이 정착되면 하루 네 시간만 일하면 된다는 얘기에 혹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농업’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그런 단순한 시선으로 볼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농작물이나 축산물을 생산성 증대나 수익창출 수단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동반자로서 그들의 입장에 서서 바라봐야 한단다. 예를 들어, 벼농사를 짓게 되면 벼를 매일 매일 관찰해서 이상이 있으면 그 상황에 맞게끔 ‘처방전’을 내리고 ‘약’(자연농업 자재)을 만들어서 때에 맞춰서 주어야만 한다. 닭을 기르면 닭의 입장에서 집(계사)과 놀이터(방사장)를 설계하고, 닭의 건강을 생각하며 먹이를 장만해야 한다. 농업 자재를 만들 때에는 내가 먹어도 좋을 정도로 정성을 다해야만 한다. 심지어 사람이 먹지 못하는 것은 자연농업 자재가 아니라고 까지 한다. 비료를 줘서 당장의 수확을 늘릴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양을 기름지게 해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야 한다. 길러서 판매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매한 사람들의 건강까지 생각하면서 농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서는 철학적인 냄새까지 풍긴다.

그래! 하기에 어렵겠지만, 남들 보는 시선이 따갑겠지만 이 길이 바른길인 것 같으니 한번 해보자꾸나!

 원길호 씨의 ‘콩세알 귀농일기’ 블로그(http://3bean.tistory.com/)를 방문하시면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