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양평군청 6층 홍보감사담당관 사무실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김선교 전 군수다. 김 전 군수 본인의 주장으로는 전날 있었던 군정정례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그와 관련해 한 발언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군청 관계자들의 머릿속에는 두세 달 전 조규수 담당관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렴교육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아 부하직원들 앞에서 조 담당관을 닦달한 그의 발언만이 깊이 남은 듯하다.

문제가 된 조 담당관의 발언 내용은 ‘김 전 군수는 공직자 출신이라 행정업무를 잘 알아서 업무를 지시하는 스타일이었지만, 현 군수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업무를 제안하고 추진해야 한다’였다고 한다.

“자신이 아직 군수인줄 안다”는 한 공직자의 비판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김 전 군수가 이런 정보를 어떻게 세세히 다 알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퇴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기에 그의 귀를 자처하는 공직자가 있을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런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전부 그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실 김 전 군수는 군수시절 때부터 엄청난 정보력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었다. 아무개가 어젯밤 어디서 누구와 술을 먹었는지 줄줄 꿰고 있더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정보에 대한 그의 탐욕은 정치인으로서 박수를 쳐 줄만 하다. 다만, 이 정도 일로 군청을 들이닥치는 경솔한 행동은 그의 후일을 위해서도 그만하시길 권한다.

김 전 군수의 넓게 열린 귀에 반해 정동균 군수의 귀는 닫혀 버렸다.

정의당양평군위원회는 지난달 정 군수에게 정책간담회를 제안했다. 새로 바뀐 위원장 및 집행부가 인사도 하고, 양평 현안에 대한 의견도 나누자는 취지로 제안했지만 19일이나 지난 후에 돌아온 답변은 거절이었다.

군수 본인의 공약에도 ‘정당과의 연정’을 버젓이 올렸고, 기관‧단체나 주민들과는 계속 간담회를 하고 있지만 유독 정의당은 외면했다. 군청 관계자는 “간담회를 거절한 것은 아니고 군정발전위원회(가칭)를 만들려고 하니 이를 통해 연정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아직 계획을 세우지도 않은 군정발전위원회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정의당을 향한 귀를 닫겠다는 의미다. 그가 귀를 닫는 대상이 정의당에만 국한될까? 열린군수실이란 명칭은 특정 대상에게만 한정된 것인가?

사실 걱정스러운 것은 그 대상이 정의당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 변화를 바라는 국민 중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던 사람이 적지 않다. 마음으로는 정의당을 지지하지만 당선가능성 때문에 혹은 정동균 군수가 진보적인 공약을 일부 수용했기 때문에 믿고 지지한 것이다.

그런데 당선 이후 개혁 행보가 늦어지는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군민들에게 정 군수의 이런 행동은 보수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사인으로 읽히기 십상이다.

마지막으로 전․현직 군수에게 각각 고사성어 한 가지씩 들려드리고 싶다.

먼저 김 전 군수는 도청도설(道聽塗說)을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남에게 전해 들은 말은 근거도 없고 허황된 말이 많으니 이 말을 듣고 부화뇌동하지 마시라는 의미다.

정 군수에게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을 권한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고 했다. 사람 없음을 탓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귀를 넓게 열어 자기 사람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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