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나 상실을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겁니다.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변하고 일상이 별 의미 없는 시간들로 바뀐다는 것을요. 좋았거나 후회스러운 기억만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낼 뿐, 모든 일상이 나를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부모조차도 별 위로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결국 본인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힘들지만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아픔을 치유해야 하는 거죠.《이백 하고도 육십구 일》에 나오는 주인공 소년처럼 말입니다.
소년의 단짝 친구가 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소년은 다시 혼자가 됩니다. 둘이 걸었던 등하굣길과 동네를 혼자 걸으며 소년은 매순간 소녀와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늘 자신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었던 친구를 소년은 이백 하고도 육십구 일을, 또 일 년이 지나고서 이백 하고도 육십구 일이 지나도록 마음속에 그립니다.
결국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소년이 친구를 마음에서 놓아주기까지 이 년이 훌쩍 넘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겁니다.
청색과 회색, 빗방울과 낙엽으로 꾸며진 멋진 그림책! 비 오는 날 따뜻한 방에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용문산동네서점 ‘산책하는 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