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세븐브로이양평㈜)

여러 규제로 기업설립에 많은 제약을 받는 양평에 지난 7월 국내 수제 맥주 1호 세븐브로이㈜가 청운면 오목골길에 양조장을 준공했다.

대지면적 2591㎡에 원‧부자재 창고, 제조장, 출하장, 유틸리티실, 사무실이 포함된 건물(1206㎡)이 있는 양평공장은 완공과 함께 세븐브로이양평㈜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13일 세븐브로이양평㈜(이하 양평공장)을 찾아가 시설을 둘러보고 생산되는 맥주이야기를 들었다.

김희상 세븐브로이양평㈜ 공장장

◇77년 만에 탄생한 순수 국내자본 맥주

세븐브로이㈜는 장치 산업이라는 맥주 산업의 특성상 대기업 주류회사들이 독점했던 국내 맥주 시장에서 2011년 중소기업 최초로 맥주제조 일반면허를 획득했다.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와 동양맥주(현 오비맥주)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1933년에 맥주제조 일반면허를 받은 이후 77년 만에 탄생한 순수 국내자본 맥주기업이다.

지난해에는 독자기술로 수제맥주 시장을 이끌어 온 점 외에도 전체 임직원(34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며 수출까지 일구었다는 점 등이 고려돼 청와대 기업인 초청 호프미팅에 공식만찬주로 선정됐다.

세븐브로이양평㈜은 횡성 제1공장에 이어 수제맥주 공장 부지를 물색하던 중 ‘물맑은 양평’이 청정 맥주를 생산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향후 양평군을 수제맥주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공장을 설립했다. 

체코인으로부터 도제식으로 맥주를 배워 플래티넘 브루어리, 캐슬 프라하의 부르마스터로 수제맥주 트렌드를 주도했던 김희상 공장장과, 전 해태제과 영업부사장 송준형 부사장, 전 제일기획 상무 김형묵 이사가 제조‧유통‧마케팅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세븐브로이양평㈜은 연간 최대 170만ℓ(330㎖ 515만병)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문화타운형 공장으로 설계

양평공장은 수제맥주 생산뿐만 아니라 맥주와 함께 레저와 캠핑까지 즐길 수 있는 문화타운형 공장으로 설계됐다. 주민과의 상생을 도모하고자 공장 앞 잔디마당에서는 공연과 지역 행사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28~29일에는 공장 준공을 맞아 오프닝행사로 문화공연과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제1회 세븐비어페스트' 행사도 진행했다.

송준형 부사장은 "양평공장은 단순한 맥주공장이 아니라 기업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한 새로운 시도이자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공장은 발효탱크 용량 120t 규모로 연간 최대 170만ℓ(330㎖ 515만병)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청정 암반수와 최고급 홉과 맥아를 사용해 20~23℃를 유지해 보름 동안 탱크 안에서 발효시켜 고품질 맥주를 만들고 있다. 수제맥주의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약 400억원이다. 전체 4조원 가량 되는 맥주 시장의 1%(소주-약 2조원, 와인-약 5000억원)에 불과하다.

◇주세구조 국산맥주 발목 잡아

김희상 공장장은 수제맥주 시장이 도약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주세구조를 지적했다.

국내 주세법은 원재료비에 인건비, 판매관리비, 이윤 등까지 포함한 가격을 원가로 해서 세금을 매기고 있어 이윤이 늘어나면 세금도 늘어나도록 돼있다. 반면 수입맥주 등 수입 주류의 경우 수입사가 신고한 수입가격에 관세를 붙인 뒤 이를 바탕으로 주세를 부과하도록 돼있어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할수록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현행 출고가 기준의 '종가세' 대신 알코올 도수나 전체 양으로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합리적이고 과세 형평성에도 부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김 공장장은 “국내 생산 맥주와 수입 맥주 사이에 역차별을 일으킨다”며 “국내 생산 맥주와 수입 맥주 사이에 공정한 가격 경쟁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양평공장에서 생산되는 서울, 한강 맥주와 출시예정인 양평 맥주

◇‘서울’과 ‘한강’ 이어 ‘양평’ 출시 예정

양평공장에서는 현재 ‘서울’과 ‘한강’ 두 가지 수제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서울(알코올 5.0%)은 미국산 홉의 깔끔한 쓴맛과 프리미엄 맥아의 은은한 단맛이 조화를 이루고, 드라이 호핑 공법을 통해 입안과 코끝에 남는 홉 향기가 특징인 맥주다.

한강(알코올 5.2%)은 밀 맥아가 베이스로 부드럽고 조밀한 거품이 특징이다. 맥아의 단맛과 오렌지 껍질의 상큼함이 청량감을 높여 수제맥주 초보자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다.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양평’은 풍부하고 달콤한 맛과 홉의 상쾌한 향기가 균형을 이룬 카라멜 맥아로 발효한 짙은 호박색 에일이다. 홉에서 나오는 감귤의 과일향과 시원한 소나무향에 맥아의 묵직한 바디감이 매력인 맥주로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제맥주는 대량 생산이 아닌 소규모로 여러 품종이 생산돼 다소 비싸지만 현재 1병(330㎖) 3900원인 세븐브로이 제품을 CU편의점에서 수입맥주처럼 4병에 1만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형묵 이사는 “편의점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편의점 점주들이 물건을 가져다 놓지 않은 곳도 있으니 고객들이 세븐브로이 맥주를 찾아줘 이벤트를 계기로 유통망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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