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양평읍을 순회하는 30번 순환버스가 하루 3회 양평쉬자파크를 연장 운행하고 있다. 비수기로 접어드는 이때, 눈 한번 오면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 산꼭대기로 순환버스를 운행한다는 게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운행하는 버스라도 안전을 이유로 일시중단을 고려해야 할 것 같은데.

교통과에 확인을 해보니 양평쉬자파크 운영을 담당하는 전략기획과의 요청으로 3개월 간 한시 운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겨울철 눈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린 곳으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것에 대해 운행업체인 금강고속이 동의했는지 물으니 군에서 노선운영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매년 지급하는 만큼 운행노선에 대해 요구할 수도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양평쉬자파크’ 문제라면 이젠 말을 꺼내는 언론도 지겨울 지경이다. 접근성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성수기도 아닌 비수기에 운행을 시작한 이유를 이 아둔한 머리로는 헤아리기가 어렵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유아숲체험이나 군이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면 일반 방문객수는 초라한 수준인데, 이 겨울에 하루 3번 버스를 운행한다고 무슨 변화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전략기획과 담당자에게 직접 들은 것도 아니니 이 얘기는 그만 접자. 사실 하고 싶은 얘기는 대중교통문제다.

‘순환버스’ 하면 지난해 여름이 떠오른다. 지난해 7월 운행 예정이던 양평읍 백안리~강상면 병산리 순환버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전격 무산된 바로 그 사건 말이다. 2010년 벽산블루밍아파트를 시작으로 아파트와 빌라 등이 꾸준히 들어서며 어림잡아도 3000명 이상의 인구유입이 있었다. 양평군이 장기적인 도시계획 하에 제대로 된 교통정책을 세우지 않고, 대중교통 문제를 아파트 셔틀버스 운행으로 대체하는 동안 택시업계가 그 수혜를 입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대중교통 확충에 대한 주민요구가 높았지만 정동균 군수를 비롯해 대부분의 후보가 입을 다물었다. 군이 지난 3월 세운 ‘2030년 양평군기본계획’에도 순환버스 추가  운행 계획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순환버스가 연장 운행되는 것을 보니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쉬울 수도 있구나 싶은 엉뚱한 생각이 든다.

아무도, 대중교통계획을 세운 군조차도 눈여겨보지 않았을 것 같지만 ‘2030년 양평군기본계획’은 생태도시인 양평군의 특성을 활용해 대형리조트(한화, 대명)나 관광지와 연계한 리조트셔틀버스 도입과 용문산관광지 펜션업체들과 연계한 ‘용문역~펜션촌’ 노선 운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군이 채택하지 않았지만 양평역을 중심으로 벽산블루밍아파트와 양일중·고등학교에도 정차하는 생활권역 순환버스 도입을, 양수역을 중심으로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과 두물머리(세미원),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에 정차하는 관광지 연계형 순환버스 도입이 적합하다고 제안했었다.

물론 외부 용역사가 세운 대중교통 계획이 지역 실정에 얼마나 적합한지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또 그 지역의 주민이나 이해 당사자인 택시업계, 관광업계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을 군 담당자가 먼저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내놓으면 좋겠지만 그도 안 되면 주민이 나서서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지난 8일 양평청소년들이 정체마켓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모습을 보고 드는 생각이다.

정부가 이달에 입법예정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내년에 전격 시행되면 주민자치회가 운영된다. 새로 출범하는 주민자치회는 이런 교통문제 고민도 한 번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꽃 심고 청소하고 마을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자치는 주민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해결방법을 함께 찾는 과정에서 꽃피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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