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계에서는 보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보수가 추구하는 가치를 두고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기보다는 부패한 기득권층과 자신은 다르다는 차별화를 위해 ‘진정한 보수’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만 보인다. 사실 박근혜 정권과 함께했던 자신의 과거를 감추기 위한 정치인들의 구차한 변명으로 보일 때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보수’라는 표현은 명확한 정치철학이나 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을 묶는 정서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양평사회를 보수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기득권세력을 옹호하거나 반공이데올로기와 안보논리를 보수라고 혼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과거 독재정권이 권력을 유지‧재창출하고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구실로 반공이데올로기와 안보논리를 이용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한국의 보수는 아직도 반공이데올로기와 안보논리 안에 갇혀있고, 그래서 보수대통합은 여전히 겉돌고 있는 듯하다.

지난달 26일 양평군청 벽면에 걸린 현수막 때문에 때 아닌 군민정서 논란이 벌어졌다. 우리가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봐왔던 백두산 장군봉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는 바로 그 장면이다.

“굳이 보수와 진보를 가르지 않더라도 우리 양평군 지역사회에 김정은의 사진을 관공서에서 게시한 것이 통합과 화합 그리고 소통을 강조하는 양평군수의 군정과 부합된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은 지난달 26일 전진선 양평군의원이 양평군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한 5분 발언이다.

또 그는 “우리군 청사 벽면에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한 것이 우리 양평군민의 정서에 부합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가 문제 삼은 이 대형현수막은 현재까지 양평군청 본관 건물에 걸려 있다. 이 현수막에는 ‘평화, 새로운 미래! 양평군민이 함께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전 의원에게 되묻고 싶다. 통합과 화합을 강조한 정동균 군수의 군정과 평화통일을 추진하고자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찍은 사진 장면이 왜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또 양평군민의 정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갈망하지 않고 북과의 계속된 대치를 원하다는 뜻인가? 만약 그렇다면 전 의원이야말로 변화한 군민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아직도 반공이데올로기와 안보논리에 갇혀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아니면 반공이데올로기와 안보논리를 내세워 양평사회를 편 가르기 하려는 것인가. 설마 양평에 살고 있는 속칭 ‘태극기부대’의 주장을 군민정서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묻고도 싶다.

제주도의회는 오는 3~4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20주년 남북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공동행사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주도민과 양평군민의 정서가 이렇게 다른 건가 아니면 제주도의원과 양평군의원의 차이인가.

양평군민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반공이데올로기나 안보논리에 갇혀 있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양평군의원이라고 하면 양평사회를 과거가 아닌 미래로 이끌어가려는 고민을 좀 더 많이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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