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규 지음, 타커스(2018)

5000년이나 이어온 한반도의 역사 중 한 세기도 안 되는 70년이 단절되었을 뿐인데,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북한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낯설고 무섭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어렸을 적 돼지머리를 한 북한 사람을 물리치는 ‘똘이장군’을 신나게 보고, 괴뢰군 잡는 국군 드라마를 보며 통쾌해하던 우리는 점점 북한 사람들을 우리 민족으로 생각하는 법을 잊게 되었습니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의 저자는 “그들도 우리처럼 가족과 오순도순 시간을 보내고, 평일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휴일에는 공원에서 놀이를 즐기며,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그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가 직접 본 평양은 상상과는 달리 번화하고 자유롭고 활기찼고, 휴대폰 택시 마트가 일상화된 모습에 무척 놀랐다고 하지요. 우리도 2018년 두 번의 정상회담을 보며, “이거 실화냐?”라는 말을 할 정도로 놀랐습니다. 북한 지도자와 그곳 시민들이 우리에게 언제 그랬냐는 듯 가깝게 느껴졌지요.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 합의서를 비준했습니다. “누구나 서울에서 ‘대동강맥주’로 건배하고, 옥류관 냉면을 먹고, 평양에서 전주비빔밥과 부산 돼지국밥을 먹는 날이 와야 한다”며 글을 맺는 저자의 바람이 이루어질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 용문산동네서점 ‘산책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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