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운이 칠 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이라는 뜻인데, 자신의 성취를 겸손하게 표현하는 데도 사용되지만 대개는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올바로 작동하지 않을 때 쓰게 되는 말이다.

본지는 일진아스콘 문제를 2달 넘게 취재하고 있다. 시작은 일진아스콘공장이 대기환경보전법 제23조 제1항 위반으로 경기도로부터 폐쇄명령 처분을 받은 지난 8월부터다. 주민민원에 따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일진아스콘의 특정대기유해물질 대기오염도 검사를 실시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조(a)피렌과 PAHs(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류)가 기준치보다 5000배 이상 검출됐다. 이 지역은 특정대기유해물질이 허가 기준 이상으로 배출되는 시설은 입지 불가한 계획관리지역이었기에 예상했던 대로 폐쇄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쉽게 결론이 날 것 같던 문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달 20일 일진아스콘 측의 폐쇄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고, 최종 판결까지 공장 가동이 가능해졌다. 주민들의 충격은 크다. 일각에서는 일진측이 유명 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각종 소송에서 진 적이 없다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계획관리지역에서 아스콘공장을 짓고, 주민들 건강을 해치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도 20년 넘게 별 제재 없이 공장을 운영해온 일진기업은 운이 좋아도 너무 좋다. 일진아스콘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따져보다.

일진아스콘이 입지한 양서면 복포리 41-3번지는 계획관리지역, 수질보전택별대책지역, 배출시설설치제한지역 자연보전권역 등 여러 규제로 관리되는 지역이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계획관리지역은 특정대기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조건에서 공장입지가 가능하다.

아스콘공장 건축허가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 일진아스콘은 2000년 12월 양평군에 특정대기유해물질 미발생 사업장으로 신고해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계획관리지역이라고 해도 일진아스콘 부지는 상수원과의 거리가 900m밖에 되지 않는 곳이라, 당시 군의 허가 결정에 대해 아스콘업계 내부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한 아스콘업계 관계자는 “계획관리지역이라도 상수원인 남한강이 바로 옆인데 허가를 내주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상당한 로비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두 번째로 운이 좋다고 여기는 부분은 연간오염물질 발생량 4종(2~10톤)사업장에서 2종(20~80톤)으로 변경한 점이다.

특정대기유해물질은 2005년도에야 환경부에서 지정해 2006년부터 고시했다. 일진아스콘은 2004년 7월 연간오염물질 발생량 2종사업장으로 상향 변경을 신청했다. 대기배출시설 중 1~3종은 경기도에서 허가를 담당하는데, 2004년은 종 산정 방법을 기존의 연료사용량 기준에서 오염물질발생량으로 전환한 시기다. 신규배출시설은 허가를 받아야 하나, 기존시설은 신고만으로도 변경이 가능했다.

배출시설 변경신고서와 종 산정 결과자료(오염물질 발생량 산정자료), 대기배출시설 설치신고필증 등을 제출해야 했는데 많은 업체들이 허위자료를 제출해 통과했다고 한다. 당시 업체가 제출한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는 공무원은 없었다는 게 아스콘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진은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알고 있다. ‘운’보다는 주민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인·허가를 남발한 양평군과 경기도, 관련 법령을 적시에 제정하지 못한 환경부로 인해 법망의 허점을 이용한 기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런 일이 ‘운’으로 여겨지고 계속된다면 군정과 공무원에 대한 불신과, 돈과 권력만 있으면 된다는 우리 사회 근본에 대한 회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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