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고 이종국 교장, 학생 스스로 판단·결정하도록 배려

“대부분의 학교가 겉으로는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발전한 것은 학력지상주의라는 현실 속에서 학교가 실상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5월 15일 서른한 번째 스승의 날을 맞은 용문고 이종국(55) 교장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미래를 살아갈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이자 학교의 존재 이유라고 단언한다. 고교의 평가기준인 학력만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한 것이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때때로 갈등을 유발하거나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인성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아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교장은 지난 3월 2일 학교법인 용문학원 용문고등학교 제8대 교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금껏 인성교육과 함께 동아리 활동은 물론 교과활동에서도 학생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독려하고 배려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교사의 일방통행이 아닌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자기표현 능력을 갖출 수 있고 이런 훈련을 통해 사회에서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고교에서 학력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사실은 조심스러운 게 현실”이라며 “그렇지만 학교 본래의 기능을 훼손할 수는 없기에 인성교육을 꾸준히 병행하면서 이제는 학부모회의에서도 이 같은 방침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교사 일방통행 아닌 학생참여 견인
자기표현능력 향상…사회활동 도움

용문고는 2010년 교과부의 ‘선진형 교과교실제’ 운영학교로 선정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차를 맞고 있는데, 별도의 강사를 두어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교실을 찾아가 공부하는 선진국 형 수업방식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운영한 결과 수준별 이동수업이 가능하고 학생 편의시설 확충, 시설 재배치 등 최적화된 교과교실을 구성함으로써 현재 재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형 교과교실제와 함께 양대 장점으로 불리는 ‘블록타임제’도 운영해 교육의 혁신과 새로운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블록타임제는 수업 시수를 종전보다 배 이상 늘려 수업하는 방식으로, 토론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수업의 흐름을 끊지 않고 연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와 참여도는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생 자신에게 맞는 교실 찾아가 공부
토론 위주의 ‘블록타임제’ 참여도 높아

용문고는 오는 10월 ‘제1회 창의적 체험활동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 독서토론, 독서퀴즈, 자기주장발표 등을 통해 학생들이 31개 동아리 체험활동에서 얻은 다양한 결과물을 이틀간 마음껏 쏟아 붓는 자리다. 

이 교장은 “창의적 체험활동 페스티벌을 소수의 인원과 교사들이 주도하지 않고 전 교사와 전교생이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끼와 재능을 맘껏 발휘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 학교 동아리 중 POP글씨반 학생 3명은 최근 정식 자격증까지 취득해 자신들이 만든 예쁜 글씨를 양평지역 요양원과 관공서 등에 걸어 놓기로 해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하고 학교도 홍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종국 교장은 평교사 시절 시험을 마치면 학생들을 데리고 등산이나 야유회를 즐겼다고 한다. 특히 도시락을 싸오지 말고 식재료를 가지고 오게 해 교사와 함께 직접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수업시간에는 할 수 없는 소중한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회고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관리자들이 학생안전 문제로 이를 꺼리자 가끔 몰래 데리고 나가기도 했다고 귀띔한다. 또 중학교 교감시절에도 그는 방과후에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공을 즐겨 찼는데 이 역시 학생들이 교실이라는 환경을 벗어나자 자신들의 진로와 이성, 공부 등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91세 된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이 교장은 어릴 적 부엌일은 물론 각종 궂은일을 일부러 시킨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제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싶다고 한다.

“가끔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네 방은 누구 치우냐고. 그러면 대부분 엄마라고 대답하는데 그러지 말고 스스로 치우라고 조언해줍니다. 힘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해 시행하면 성인이 되어 여러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려도 너끈히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 별명이 뭐든지 할 수 있는 ‘맥가이버’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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