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1리 마을정원 축제 ‘그랜드 마마’

사계절 사람 꽃 피어나는 마을정원

 

지평천, 송현천, 흑천 등 세 개의 하천이 마을을 끼고 흐르고 해발 344m의 야트막한 갈지산이 품고 있는 지평면 송현1리는 조선시대까지 국가의 명령이나 공문서를 전달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기 위해 마련된 역참이 있던 곳으로 '역말'이라 불렸다.

지난달 29~30일 역말에서 마을 축제 ‘그랜드 마마’가 열렸다. 이 축제는 ‘2018년 경기도 시민참여형 마을정원 만들기’에 선정돼 마을을 가꿔온 결과물을 보여주는 장이었다.

'시민참여형 마을정원 만들기' 프로젝트는 마을 공동체가 가꾸는 마을 정원을 매개로 주민들 간 참여와 소통을 통해 마을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 회복을 목표로 경기도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사업이다. 양평에서는 송현1리 역말 주민회와 서종마을디자인 운동본부가 최종 선정됐다.

마을정원은 행정안전부, 서울시, 경기도, 산림청 등에서 마을정원 만들기, 공동체정원 만들기 등을 통해 조성되고 있다. 주체가 다양한 만큼 단 시간에 완성되는 공간이 아닌 마을의 정체성을 담고 가꿔가야 하는 터전이다.

역말은 마을정원을 통해 마을의 놀거리와 일거리를 창출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지역경제공동체가 돼 손자들에게도 이어질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세워 차근히 준비했다. 몇 송이의 꽃이 마을정원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이 표현되는 마을 자체가 정원이 될 수 있는 여섯 개의 테마 정원을 꾸몄다.

마을 구석구석 함께 만들어가는 정원

◆뚝방길정원

상반기에는 아이리스, 꽃창포 정원, 하반기에는 이삭이 터지는 각종 Grass(풀)정원을 만들었다. 뚝방 산책로 양쪽에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보면서 주민들이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는 정원이다.

◆기차정원

과거 말이 쉬어가던 역참이 현재 주민들의 쉼터가 되는 공간으로 과거와 현재가 기차가 통과하면서 연결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 먹거리정원

먹거리정원은 수련과 수생식물 중에서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선별해 만들었다. 농민이 대다수인 마을의 구심점이 되고 수익을 주는 생활형 정원이다.

◆물의정원

물의 요정인 님프라 불리는 수련 중에서 야간에도 피는 열대성 수련으로 꾸민 정원이다. 5월부터 서리가 내리는 11월까지 5개월 이상 개화해 산책로 주변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홍보 정원

야생튤립과 알리움 등 다년생 구근으로 조성했다. 봄에 구근들이 꽃을 터트리면서 털수염풀, 김의털, 아르메니와 휴케라 등이 산들산들 춤을 추는 정원이다.

◆꽃담 정원

역마을 내 지저분한 담장 10개를 선정해 기존의 펜스와 담을 정비해 덩굴식물을 올리고, 그 아래 키가 작은 식물을 심어 담장과 골목길을 조화롭게 꾸민 정원이다.

정성훈 이장과 김미란 마을정원 추진위원장을 필두로 주민들은 전문가에게 가드닝에 대해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해 유휴지에 꽃밭을 조성했다. 순천만 습지 국가정원, 장성 편백나무숲길,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횡성 미술관 자작나무 숲길 등 선진지 견학과 조경‧정원 박람회 답사도 다녔다.

올 여름은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며 가뭄이 지속돼 하루에 5~6차례 물을 주며 정성을 들여야 했다. 손자들을 위해 준비한다는 의미로 축제 이름도 할머니라는 의미와 Grand(웅장한, 장려한) Mama(어머니)라는 뜻이 함께 담겨 따뜻함이 연상되게 정했다.

축제에는 ▲주민들이 직접 마련한 꽃씨나누기 ▲스튜디오 그루 이호준 작가의 가든 스튜디오 ▲슬로우 파마씨의 전문 가드너가 생체리듬에 맞은 식물 찾아주기, 말린꽃 액자만들기 팝업 스토어 ▲아이캔스쿨 목공방의 미니화단 화분 만들기 ▲손영희 작가의 화관 만들기 ▲가드닝 교육 등 정원축제다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축제 첫 날에는 JTBC TV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의 이재훈 셰프가 역말에서 나는 호박꽃과 수련, 대추 등의 재료를 활용해 요리 시연을 해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골마을 축제에 어울리게 컨트리음악 밴드 ‘컨트리공방’이 흥을 돋우었고, ‘쑈하우’ 마술팀의 공연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둘째 날에는 역마을정원 사생대회가 열려 많은 어린이들이 알록달록 꽃 정원을 그렸다. 축제기간에는 문호리 리버마켓 셀러들도 동참해 먹거리, 볼거리, 소품거리 등을 제공했다.

서울에서 온 한 가족은 “다른 축제와는 차별화된 축제로 마을정원이라는 주제에 부합되게 꾸며놓은 정원뿐 아니라 마을 구석구석이 예뻐 전체를 다 둘러보게 됐다”며 “서울에서 내려와 살고 싶은 동네”라고 말했다.

김미란 추진위원장은 “올 여름 땡볕에 가뭄과 싸우시며 정원 만드시느라 고생하신 어르신들이 손수 가꾼 정원에서 사진도 찍고 맛있는 먹거리도 즐기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며 “찾아오는 관람객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안내를 해 주시는 모습에 서로 응원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역말은 마을 수목원을 꿈꾸고 있다. 꽃을 가꾸는 사람꽃이 가득한 역말을 앞으로도 계속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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