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의원․국회 법제실, 사격장 이전 토론회 개최

주민들 “이전 아닌 당장 폐쇄” 주장

국방부 용역서 이전부지 검토했지만 가능성 낮아

양평군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양평종합훈련장’(이하 사격장) 이전을 위해 국방부가 2016년 실시한 이전부지 연구용역에서 횡성군 서원면이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이를 추진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이전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따라서 폐쇄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과 국회법제실이 공동으로 개최한 ‘용문산 포 사격장 이전방안 마련을 위한 입법지원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

정병국(바른미래당 5선) 의원과 국회 법제실은 지난 21일 양평군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교육관에서 ‘양평군 용문산 포 사격장 이전방안 모색을 위한 입법지원 토론회’를 열었다. 사격장 이전이나 폐쇄를 위한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자인 정병국 의원을 비롯해 정동균 양평군수, 이정우 양평군의회의장 및 군의원, 지역주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주강식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작전교훈처장과 허훈 대진대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이태영 용문산사격장폐쇄 범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시년 양평읍 덕평1리 이장, 류대석 특화도시개발과장, 오동진 현대로템 무인체계연구팀 선임연구원, 김홍준 국회 법제실 법제총괄과 법제관 등 5명의 토론자 발언, 플로어 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1954년 처음 조성된 ‘양평종합훈련장’은 양평읍 신애리(77%)와 덕평리(15%), 옥천면 용천리(8%) 등 3개 면 286만㎡(86.7만평) 규모다. 사격장 인근 4㎞ 이내 약 4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이는 전국 최다 인원이며 전국 유일의 지역중심권내 사격장이다.

첫 발제에 나선 주강식 육군본부 작전교훈처장은 지난 2016년 육군이 추진한 사격장 이전을 위한 연구용역 과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용역에 따르면 사격장 이전 후보지는 모두 4곳으로 단월면 산음리, 석산리, 청운면 도원리, 횡성군 서원면 등이다. 이중 가장 적합한 후보지는 횡성군 서원면으로 해당 토지의 99.7%가 국유지이지만 행정구역이 달라 지자체간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주 처장은 “군에서 주도적으로 후보지를 검토했지만 횡성군 서원면 또한 인근지역 거주민 및 유동인구가 많고 협소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육군이 이전부지를 선정하고 국방부는 이전에 필요한 각종 피해보상과 관련 법률제정, 지자체는 기부대양여 방식의 수용 등을 통해 사격장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제에 일부 주민들은 “왜 우리가 기부대양여로 손해를 봐야 하나, 타 지역 이전은 해당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 폐쇄만이 해결책”이라고 고성을 질러 한때 토론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발제자 및 토론자들.

다음 발제자로 나선 허훈 대진대 교수는 한국의 군사시설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군부대가 군사시설이나 사격장 등으로 지역에 규제를 통해 발전을 저해했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피해보상이 법적으로 보장돼야 하지만 양평은 물론 다수의 시설이 그렇지 못하다”며 “양평사격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 중심부에 위치해 4만명이 넘는 주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사격장 이전비용 국가가 부담 ▲국방개혁 2.0에 제시된 권역별 사격장 정비계획에 양평사격장 포함 ▲군사시설 주변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발제에 이어 토론에서는 이태영 용문산사격장폐쇄 범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이 각자의 의견을 발표했다. 특히 류대석 과장은 “양평은 용문산사격장, 청운 비승사격장, 지평 탄약고 등 유독 군사시설이 많고 이로 인해 지역발전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양평을 이제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환원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주민들 의견을 듣는 플로어 토론에서는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 주민은 “산 좋고 물 맑은 양평에서 살고 싶어 이사 왔으나 포 소리가 들릴 때 마다 이사 온 것을 후회하며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며 “포 사격 할 때마다 집이 흔들린다며 군청에 전화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평읍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주민은 “양평군민을 생각하지 않고 타당성이 없는 말을 하는 토론회가 한심하고 답답하다”며 “포를 쏠 때마다 포 부대를 다 죽여버리고 싶다. 그동안 주민들을 총알받이로 했으면 4천억이 아니라 4조가 들더라도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평리가 고향이라고 한 주민은 “어렸을 적 덕평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헤엄치던 곳인데, 사격장때문에 벌목을 해 건천이 되면서 썩은 냄새만 난다”며 “고향이어서 이 곳에서 살고 있고 있긴 하지만 내 자식들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없고, 더 이상 이곳에서 살지 않겠다고 한다. 사격장으로 인해 이곳은 미래를 잃어 버렸다”고 개탄했다.

토론회 마무리 인사에 나선 정병국 의원은 “입이 열 개라도 말씀 드리기가 민망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방부나 육군본부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한 번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등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며 “정동균 군수는 사격장 이전을 공약으로 내 걸 정도로 누구보다도 이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군수와 의원들까지 모두 다 힘을 합하게 되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격장 이전이 아니라 폐쇄를 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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