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올 한 해는 드라마보다 더한 감격의 연속이었다. 판문점에서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넘고자하면 그렇게 쉽게 넘을 수 있고, 변화하고자 하면 단번에 달라질 수도 있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지난 18~20일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또한 ‘평화, 새로운 미래’라는 타이틀답게 많은 사람들에게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옥류관에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는 일, 백두산으로 떠나는 트레킹 여행, 평양시내를 관광하는 상상을 넘어 내일 당장 북녘의 동포를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해도 당황스럽지 않을 것 같은 착각까지 들게 했다.

남북 사이에 이런 날이 다시 올 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멀지 않은 과거에 이런 꿈을 꾼 적이 또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쯤, 대학생인 딸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걸스카우트 여행지가 금강산일 정도로 남북교류가 자연스럽고, 또 활발했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들어서며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되기 시작했고, 딸 아이는 개인 사정으로 그때 금강산을 다녀오지 못 한 것을 오랫동안 후회했다. 어렸을 때는 자신이 어른이 되면 통일된 나라에서 살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긴 영 힘들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거짓말처럼 한반도에 봄이 다시 찾아왔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남과 북이, 두 지도자가 견제하고 조절하며 국면을 이끌어가는 것 같아 더욱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에겐 이런 진실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하는 20일 당일 도심 한 가운데서 극우단체의 반대집회가 열렸고, 일부 페이스북 방송은 ‘북한에 퍼주기 식 혈세낭비’라는 가짜 뉴스를 양산하기 바쁘다. 그러나 이들이 한반도 평화로 나아가는 이 시대의 큰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 같다.

10년 동안 꽁꽁 얼어붙은 냉전분위기를 녹여내는 두 정상의 행보를 보며 역시 사회변화는 지도자의 굳건한 의지와 결단에서 온다는 생각이 든다. 단단해 보이는 현실의 벽도 두드리고 두드리면 언젠가는 균열이 가고, 작은 균열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파열음을 내며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

양평에 변화는 오고 있는가. 지난 7~20일 진행된 제8대 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 지난 제7대 군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다보니 제8대 군의회에 거는 군민들의 기대는 생각보다 크다. 그러나 행정사무감사 마지막 날 진행된 양평공사 감사를 지켜보며 착잡한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다. 침묵을 넘어 양평공사를 두둔하는 듯한 대다수 의원들의 태도를 보면 군민들이 자신들을 왜 선택했는지 벌써 잊은 듯하다.

이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민선 7기 약 100일 동안 정동균 군수가 보여준 행보다.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직진단 보고서조차 대충 봤다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황순창 공사사장을 사표까지 반려해가며 아직까지 자리에 앉혀놓은 정 군수의 선택은 누구에게도 이해받기 힘들다.

지난 6・13 지방선거 내내 군민들이 요구해온 양평사회의 변화는 과연 가능할까. 벌써부터 회의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양평사회를 이끌어나가는 리더로서 자신의 역할을 돌아봤으면 좋겠다. 결단을 해야 할 때 결단을 미루고, 잘라내야 할 것을 잘라내지 않으면 변화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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