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시민운동연합 의정감시단이 도내 각 기관에서 실시된 국정감사를 통해 국감의원과 피감기관의 7가지 꼴불견을 발표한 적이 있다. 감사단이 발표한 일곱 가지 꼴불견은 이렇다. 

첫 번째 꼴불견은 질문 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만 늘어놓는 ‘사오정국감’, 두 번째는 해명만 늘어놓는 ‘눈 가리고 아웅식 국감’, 세 번째는 의원들이 속기록에 자신의 발언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장황한 질문만 늘어놓는 ‘출석부 국감’, 네 번째는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호통 치는 ‘상전국감’, 다섯 번째는 서면질의서로 대신하는 ‘원격국감’, 여섯 번째로는 실무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는 제쳐두고 의원들의 답변준비에 분주한 ‘단체국감’ 등이다. 일곱 번째는 더욱 쇼킹한데 경찰청 감사 때 미모의 여경들을 안내요원으로 배치해 의원들의 예봉을 미리 꺾어 놓으려 했던 ‘미인계 국감’이었다.

TV 뉴스를 통해 접하는 국정감사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낄 주민들이 많을 텐데,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보도한 1999년 10월7일자 ‘시민 단체가 선정한 국감장 7가지 꼴불견’에 나오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어 약 20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으니 서글프다. 시민의식은 성숙했는데 주민을 대신해 감사를 진행하는 의원이나 감사에 응하는 공무원이나 크게 변하지 못한 것 같다.

중앙정부의 국정감사에 해당하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감사다. 8대 양평군의회 첫 번째 행정사무감사가 지난 7일 시작됐다. 취임 2개월째, 새내기 군의원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임무고, 주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쏠려있기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다.

올해 행정사무감사는 이전에 비해 조금은 달라졌다. 감사를 시작하면서 의원들은 의식적으로 “감사를 시작하겠다”라고 말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러니 자연스레 답변석에 앉은 부서장 또한 긴장한다. 예전 같으면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넘길 일을 꼼꼼히 따져 묻는 의원들의 공세에 진땀 흘리는 부서장의 모습을 보는 것은 기자로서뿐 아니라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3선을 지낸 두 명의 군의원이 보여준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관록의 3선 의원들은 풍부한 경험과 정보로 집행부를 윽박지르지만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어설픈 질책으로 집행부로부터 반격을 당하기도 했다. 때로는 장황한 질문만 늘어놓는 ‘출석부 국감’이나 호통 치는 ‘상전국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명백한 잘못이 보이는 사안에 대해 끝까지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슬그머니 물러서기도 했다. 초선 의원들에게 어떻게 감사를 해야 하는지 보여야 할 선배로서 부끄러운 모습이다.

감사를 받는 부서장들도 변화가 필요하다. 질문 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만 늘어놓는 ‘사오정국감’은 사라졌지만, 해명만 늘어놓는 ‘눈 가리고 아웅식 국감’, 실무직원들이 답변을 준비해주기 분주한 ‘단체국감’ 등은 여전하다.

다음 주부터 다시 행정사무감사에 돌입한다. 많은 내용의 지적보다는 하나라도 정확하고 바르게 지적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질책은 칼날같이 매서워야 하고, 대안 제시는 상대의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이정우 군의회 의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의회답다는 말을 듣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행정사무감사는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남은 기간 심기일전을 바란다.

그리고 고백컨대 행정사무감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발걸음도, 펜 놀림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군의원만의 임무가 아니라 지역언론의 역할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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