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양평MICE 토크콘서트’가 강상면 R401 디스커버리파크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평MICE를 주제로 행사가 열렸지만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참여는 지난해만도 못 했다. 군이 나름대로 애를 쓰는 데도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뭘까?

양평군은 각종 규제로 인해 산업시설 유치가 어렵다며, 수려한 자연환경과 수도권 접근성 등을 활용한 ‘관광’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농촌체험관광, 지역축제, 5일장 등이 그간 양평관광의 키워드였다면 최근에는 헬스투어, MICE산업이 주로 이야기 되고 있다.

그런데 군이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으로 중요하다고 누누이 얘기해온 양평관광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아직 세워지지 않고 있다. 지역의 복지계획, 교통정책 등 대개의 정책이 5년 주기로 중장기 종합계획을 세워 조직을 구성하고 예산을 집행하는데 관광정책은 예외다. 그렇다고 조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양평군 관광진흥’ 조례는 지난 2013년 12월 관광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제5조(관광종합계획)에는 ‘양평군수는 군의 관광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조례가 제정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종합계획은 아직 세워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지난 시기 양평군이 16년간 329여억원을 들여 완성한 쉬자파크를 보면 알 수 있다. 테마파크로 시작해 산림휴양공간으로 조성됐지만 콘셉트는 너무 자주 바뀌었고, 막대한 예산에 비해 뚜렷한 비전도 현재까지 없는 상태다.

양평군의 관광정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제대로 된 용역을 통해 중장기 관광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나서 필요하다면 헬스투어든 MICE산업이든 추진하면 된다.

또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는 ‘양평군 관광진흥’ 조례 5조3항에 명시한 대로 ‘전문가 및 관광 관련 기관·단체, 일반시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간이 50% 이상을 넘도록 해야 한다. 요식행위가 아니라 진짜 관광업 일선에 있는 종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계획을 수립해야 현실 가능한 계획이 나오고 추진동력도 생긴다. 일부 관광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시작한 쉬자파크나 헬스투어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참으로 참담하다. 비싼 수업료는 한번이면 족하다.

또 하나. 양평관광정책이 성공하려면 군이 관광사업자가 될 것이 아니라 관광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야한다. 관광산업은 전문성이 요구될 뿐 아니라 소비 트렌드를 수용할 수 있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순환식 근무가 기본이고 유연성이 부족한 행정조직이 수행하기 적합하지 않다.

민병채 전 군수가 시작한 쉬자파크(당시 백운테마파크)를 김선교 전 군수가 이어간 것은 패착 중에 패착이다. 이번 양평MICE 행사에서는 쉬자파크 공사가 진행되면서 계곡의 물이 말랐고, 애초의 약속과 달리 군이 최근 숙박과 식당까지 운영하면서 인근의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하소연까지 나왔다. 선출직 군수는 성과를 내야하고, 그러기 위해 민간 영역까지 침범한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양평공사까지 청운면 맑은숲캠프, 용문면 오크빌리지를 운영하며 숙박업에 뛰어들었다. 농산물유통업체인 양평공사가 관광업이라니.

군은 전문성 없는 관광사업에서 손을 떼고 중장기 관광종합계획을 수립해 양평관광 콘셉트를 제시해야 한다. 또 국내외 관광여건과 동향 정보 제공, 관광상품 개발 및 홍보 등 민간 관광업계를 지원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관광은 민간이 활성화돼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다. 자연환경도 중요하고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결국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응대, 쾌적한 잠자리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요소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