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의 선서로 유명한 ‘간호사’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간호사’라 불리지만 30년 전에는 ‘간호원’이었다.

1987년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간호원에서 간호사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1930년대 선교사에 의해 간호교육이 보급될 당시에는 간호사라 불렸다고 한다. 그러다 상하관계를 강조하는 일본문화의 영향을 받아 의사의 명을 받는 존재로 격하됐고, 명칭도 간호원으로 됐다고 한다.

이런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 현실에서 ‘–사’으로 끝나는 직업과 ‘–원’로 끝나는 직업의 차이는 크게 느껴진다. 의사, 변호사, 판사, 조종사, 회계사처럼 ‘-사’로 끝나는 직업(의사(醫師), 판사(判事), 변호사(辯護士)의 ‘사’의 한자어는 서로 다르다)와 청소원, 종업원, 경호원, 승무원처럼 원(員)으로 끝나는 직업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사’로 끝나는 직업이 보통 많은 지식을 요구하는 전문직이나 권력 있는 직종이라 여기는 반면에 ‘원’으로 끝나는 직업은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육체적인 노동에 종사하는 직업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직업을 나타내는 특정 단어가 직업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직업을 부르는 끝말이 어떻게 끝나든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차별의 시선을 던지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신분이나 권력의 차이를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구분을 했다면, 특정 직업을 비하하고 낮게 보는 시각이 은연중에 존재한다면 의식의 전환과 함께 말의 변화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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